서울·부산서 연이어 땅 꺼짐 발생
지하 구조물 노후화가 주된 원인
“단발성 아냐”…지반 안전 경고등

“서울 한복판도 이렇다니, 어디가 안전한 건지…”, “이러다 진짜 대형 사고 날 것 같아서 무섭다.”
13일 서울과 부산에서 연이어 땅 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도심 도로가 무너져내리는 장면은 시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고, 지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오전 8시 50분쯤 마포구 애오개역 인근 도로에서 지름 40cm, 깊이 1.3m 규모의 땅 꺼짐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차로가 통제되며 출근길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복구는 빠르게 진행돼 오후 5시 차량 통행이 재개됐다. 사고 원인은 낡은 하수도관에서 물이 새어나와 흙이 씻겨 나가면서 지반이 약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서 또 대형 싱크홀…사상~하단선 공사장 ‘불안지대’

더 큰 사고는 같은 날 새벽 5시쯤 부산 사상구에서 발생했다. 도시철도 사상~하단선 공사장 인근 도로가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가로 5m, 세로 3m, 깊이 5m 크기의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사고 직후 4개 차로가 전면 통제됐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이 지역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싱크홀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당시 부산시는 폭우와 부실한 지하수 차단 공법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도 사고가 이어지며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최근 들어 도심 곳곳에서 소규모 도로 꺼짐 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강남, 여의도, 용산 등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지표면이 주저앉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

대형 사고는 줄어든 모습이지만,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은 여전히 크다.
“자연재해 아닌 인재”…노후관·부실 공사에 지반 붕괴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 대부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위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특히 노후된 상하수도관의 누수가 가장 흔한 원인이다.
지하에서 물이 새면 주변 흙이 씻겨 나가며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고, 결국 지반이 붕괴되는 구조다. 여기에 지하 공사로 인한 진동, 지하수위 변화, 부실한 복토 등도 지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의 지반 특성 역시 싱크홀 발생에 취약하다. 한강 주변 지역은 충적층으로 구성돼 있어 모래, 자갈이 많고 빗물이나 외부 충격에 쉽게 침식된다.

이러한 지반 위에 복잡하게 얽힌 지하 구조물, 빈번한 공사까지 더해지면 사고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노후관 교체, 지반 탐사 확대, 공사장 관리 강화 등을 통해 사고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잇따르는 사고는 여전히 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특히 반복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지역은 보다 정밀한 점검과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매번 사고가 터진 뒤 복구에 나서는 방식만으로는 시민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지하가 복잡하게 얽힌 대도시일수록, 보이지 않는 지반 위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다. 앞으로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