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찰청 기동대 서울 출동 급증
더블베드 한 침대에 성인 남성 둘씩
장거리 운전 피로도 누적으로 안전 우려

“다 큰 남성 둘이 동그란 침대에 함께 누워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한 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의 절망적인 하소연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장기화되면서 경찰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 기동대원들의 열악한 숙박 환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방경찰 서울행, 모텔 동거의 굴욕

21일 뉴스1의 취재 결과, 윤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이 길어지면서 서울 도심의 대규모 집회 대응을 위한 지방청 기동대의 서울 출동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서울 지역 경찰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지만, 새로운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숙박 환경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커플용 모텔 객실로 추정되는 숙소에서 두 명의 성인 남성이 한 침대에서 자야 하는 상황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경찰관은 “침대 끝에 누우면 발이 밖으로 튀어나와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지방청 기동대가 이용하는 숙소는 천차만별인 것으로 확인됐다. 3성급 호텔부터 모텔까지 다양했으며, 기동대가 배속되는 서울 지역에 따라 숙소 여건이 크게 달랐다.

최근 서울에 출동했던 한 지방청 기동대 소속 경찰관은 “이름은 호텔이지만 실상은 모텔에 가까운 곳에 묵었다”며 “특히 젊은 경찰관들은 더블베드에 두 명이 자야 하는 상황에 큰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장거리 운전과 피로도 누적, 안전 우려

숙박 문제와 더불어 지방청 기동대의 장거리 운전에 따른 안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지방청 기동대 경찰관은 “6시간 넘게 운전하는 동안 고속도로 휴게소를 세 번 정도 들러가며 안전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고가 계속 미뤄지면서 준비 과정에서의 긴장감과 누적된 피로도가 상당하다”며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 경찰들은 힘들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묵묵히 근무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경찰청 관계자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며 “최근 눈까지 내린 상황에서 장거리 운전 중 안전 확보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는 근무 예측이 불가능해 경찰관들의 근무 안정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일부 객실 유형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문제”라며 “지속적인 보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양질의 숙소를 충분히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한편, 경찰은 탄핵심판 선고 전날부터 ‘을호비상’을 발령하고, 선고 당일에는 전국 경찰관서에 ‘갑호비상’을 발령해 경찰력 100% 동원 태세를 갖출 예정이다. 전국 기동대 338개 부대 소속 2만여 명이 동원되며, 이 중 210개 부대 소속 1만 4천 명은 서울에 집중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화되는 비상 근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은 경찰관들의 사기 저하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인력 운용과 복지 향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