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하는 e스포츠 강국, 한국이 흔들린다
성남시 ‘게임=중독’ 공모전에 전 세계가 조롱
이재명 정부, 규제 대신 진흥 약속 지킬 때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한 e스포츠 강국이다. 국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보여주는 경기력은 찬사를 넘어 경외심을 자아낸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세계 최상위권을 독식하는 LCK 소속 팀들, 아시안게임에서 쓸어 담은 금·은·동 메달, 수백만 명이 지켜보는 경기 생중계. 이 모든 것이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을 설명해준다.
그런데 이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한 가지 아이러니한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일부 공공기관은 아직도 ‘게임’을 마치 사회악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은 마약?”…성남시 ‘4대 중독’ 분류에 전 세계가 비웃었다
최근 성남시는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으로 분류한 공모전을 개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소식은 국내를 넘어 해외 커뮤니티 레딧(Reddit)까지 퍼졌고, “한국은 게임에 대해 시대착오적 인식을 갖고 있다”, “왜 세계 최고의 e스포츠 국가가 자국 내에서 게임을 검열하듯 규제하는가”라는 조롱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게임업계는 즉각 반발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직접 나섰다.
문체부는 보건복지부와 해당 지자체에 정식 공문을 보내 “게임의 중독 유발 여부는 과학적으로 확정된 바 없으며, 이를 질병처럼 분류할 경우 산업 위축과 사회적 낙인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규제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대표 사례가 셧다운제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강제로 막았고, ‘마인크래프트’를 성인용으로 분류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결국 10년 만에 폐지됐다.
게임 강국인데 규제 후진국? 이제는 진흥으로 가야 할 때

이러한 규제와는 달리, 한국의 e스포츠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다. LCK는 글로벌 팬들이 열광하는 리그로 자리 잡았고, 주요 팀들은 국제 대회를 휩쓸고 있다.
올해 첫 국제대회 ‘퍼스트 스탠드’에서 우승한 한화생명e스포츠, 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T1과 젠지 등은 그 대표 사례다.
2022년 아시안게임에서는 LoL, 스트리트파이터V,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피파 온라인 4 등 다양한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스포츠 강국’의 면모도 입증했다.
이 모든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세계 최초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의 건립, 한국e스포츠협회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 대기업들의 장기적인 투자와 후원이 오랜 시간 쌓여 만들어낸 결과다.

이러한 인프라 속에서 자라난 선수들은 전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라는 이름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일부에서는 게임을 병리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 산업은 날아오르는데 정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게임 산업을 K-콘텐츠의 핵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이제는 낡은 인식을 벗고 규제보다는 진흥으로 나아갈 때다.
지금의 혼란은 단순한 시각 차이를 넘어, 우리가 가진 강점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로 읽혀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