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싸들고 한국 왔는데 “이렇게 떠나야한다니”…외국인들 ‘난리’난 이유가

유학생 87%가 한국 취업 희망하지만
비자 장벽에 좌절하는 외국인들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 기회도 사라져

“한국에서 배우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데, 제도가 발목을 잡습니다.” 고액의 유학비를 들여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들이 졸업 후 한국 취업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6일 발표한 ‘외국인 유학생 졸업 후 진로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유학생의 86.5%가 한국에서 취업하기를 희망하지만 비자 취득의 장벽에 막혀 그 꿈을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머물고 싶지만 가로막는 비자의 벽

한국의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업 후에도 한국에 남고 싶다는 열망이 뚜렷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대학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약 9명(86.5%)이 졸업 후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특히 전문학사 과정 유학생들은 90.8%라는 더 높은 취업 희망률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유학생(87.2%)이 수도권 유학생(85.3%)보다 다소 높은 취업 의지를 나타냈다.

이들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를 살펴보면, ‘한국에 계속 살고 싶어서’가 35.2%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본국보다 높은 임금 수준'(27.7%), ‘관심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서'(25.6%)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이런 열망에도 불구하고 취업에 필요한 특정 활동(E-7) 비자 취득이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66.7%에 달했다. 특히 ‘E-7 비자를 제공하는 기업이 적다’는 응답이 40.0%로 가장 높았고, ‘제한적인 직종'(21.4%), ‘관련 기업 정보 부족'(19.6%) 등이 주요 장애물로 꼽혔다.

새로운 가능성, E-9 비자에 대한 기대

현행 제도에서는 유학(D-2) 또는 구직(D-10) 비자에서 비전문 취업(E-9) 비자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유학생 58.8%는 E-9 비자가 허용된다면 이를 취득해 중소기업 생산현장에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전문학사 과정 유학생들은 67.2%가 E-9 비자 취득을 희망했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E-9 비자를 허용하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해 11월 발의됐으나, 현재까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새로운 취업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로 인력정책본부장은 “상당수 외국인 유학생들이 E-7 비자 취득의 어려움으로 취업 기회가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의 구인난 해소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춘 유학생들을 중소기업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산업재해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E-9 비자 전환 허용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외국인 인재 확보

외국인 유학생들의 한국 취업 장벽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된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외국인 인재들이 비자 문제로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한국의 교육 투자가 타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두뇌 유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 해소에도 외국인 유학생들의 국내 취업은 중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특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이미 적응한 유학생들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보다 현장 적응력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하고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따라서 비자 제도의 유연한 운영과 함께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결국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한국에서의 취업 기회가, 중소기업에게는 필요한 인력 확보의 기회가, 그리고 한국 사회에는 다양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