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이런 분이”…이국종 교수가 진심으로 존경했던 인물, 놀라운 정체가

“지구를 떠받치는 아틀라스 같은 존재”
국가유공자로 지정된 응급의료 개척자
순수한 열정으로 한국 의료를 변화시킨 의사
이국종
이국종 교수가 존경했던 인물 / 출처 : 연합뉴스

“물러설 자리가 없는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그분에게 항상 경외감을 느꼈다.”

이국종 교수가 동료 의사를 회고하며 한 말이다. 대한민국 외상의학의 상징이 된 이국종 교수가 이토록 존경했던 인물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초석을 다진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다. 2019년 설 연휴 과로로 쓰러진 그는 한국 의료계에 깊은 족적을 남긴 채 떠났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만난 두 영웅

이국종 교수와 윤한덕 센터장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국의 응급의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한 동료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고통과 좌절, 사명감을 깊이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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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존경했던 인물 / 출처 : 연합뉴스

이국종 교수는 자신의 저서 『골든아워』와 여러 기고문에서 윤한덕을 “냉소적이면서도 진정성이 있는 인물”, “순수한 열의를 가진 의학도”라고 평가했다.

윤한덕은 응급의료 전용 헬기(닥터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응급진료정보망 시스템 구축 등 한국 응급의료 체계의 근간을 마련한 인물이었다. 출세나 명예에는 무심하고 오직 환자와 시스템에 대한 책임감으로 살았다.

이국종 교수는 2024년 5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윤한덕이 보건복지부 내에서 응급의료 정책을 전담하며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의 최후 보루라는 자의식을 갖고 묵묵히 일했다고 평가했다.

순교자와 같은 삶, 충격적인 죽음

윤한덕은 1993년 인턴 시절, 차량 사고로 어린아이를 살리지 못한 경험이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결심하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그는 이후 25년간 응급의학과 의사로, 17년간 중앙응급의료센터 행정가로 일하며 한국 응급의료시스템을 혁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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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존경했던 인물 / 출처 : 연합뉴스

그가 남긴 업적은 방대하다. 권역외상센터 출범, 응급의료전용헬기 도입, 국가응급진료정보망 구축, 응급의료기관 평가제도 마련, 재난대응체계 수립 등 국내 응급의료의 근간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컴퓨터가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부터 엑셀로 환자 정보를 정리하고, 인공지능을 응급환자 전원에 활용하는 등 혁신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현장 중심 행정과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실질적 시스템 개선에 집중했다.

그러나 2019년 설 연휴, 윤한덕은 사무실에서 과로로 인한 급성 심정지로 쓰러졌다. 당시 그는 주 120시간이 넘는 근무를 하고 있었다. 사망 당시 책상에는 응급의료 관련 서류와 책이 펼쳐져 있었고, 사무실 한쪽에는 간이침대가 놓여 있었다. 밤낮없이 일하며 쪽잠을 자던 흔적이었다.

임상의사로 일하면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는 박봉과 과로가 심한 행정직을 자처했다. 그가 남긴 재산은 25년 된 아파트 한 채와 전세대출뿐이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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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존경했던 인물 / 출처 : 연합뉴스

윤한덕의 죽음은 한국 의료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국종 교수는 추도사에서 “한반도 전체를 들어 올려 거꾸로 털어보아도, 선생님과 같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그의 희생을 애도했다.

이국종 교수는 윤한덕을 “지구를 떠받치는 아틀라스”에 비유하며, 앞으로 도입될 닥터헬기에 그의 이름을 새기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나랑 같이 외상외과 일하던 윤한덕 교수는 과로로 죽었다. 너희는 저렇게 되지 마라”며 후배들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동료와 후배들은 그를 “창의적이고 용감한 천재”, “방파제 같은 존재”, “국민을 위해 헌신한 참 의사”로 기억한다. 의료계 인사들은 “한국 사회에서 보기 드문 영웅”, “응급의료체계의 기틀을 닦은 장본인”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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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가 존경했던 인물 / 출처 : 연합뉴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24년 5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윤한덕홀’이 개소됐다. “척박한 대한민국의 응급의료를 위해 젊음과 열정을 다 바치셨다”는 헌사가 동판에 새겨졌다. 보건복지부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민간인으로는 드물게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윤한덕은 마지막까지도 “응급의료에 대해 기대하는 질과 제공할 수 있는 질 사이의 괴리가 크다”며, 지속 가능한 개선과 협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의 일생과 업적을 기록한 평전 『의사 윤한덕』(김연욱 저)이 출간되어, 90여 명의 인터뷰와 자료를 바탕으로 그의 발자취를 상세히 담고 있다.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환자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윤한덕. 그의 헌신과 혁신, 그리고 희생은 한국 의료계에 깊은 울림을 남겼으며, 이국종 교수가 진심으로 존경했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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