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하반기 완공을 앞둔 6조 8,500억원 규모의 미-캐 국경 교량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통 불허 위협에 볼모로 잡혔다. 8년간 공사해온 핵심 물류 인프라가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70년 동맹국 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9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를 잇는 ‘고디 하우 국제대교’의 개통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캐나다가 대교를 통과하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다리 양쪽 부지를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산 자재가 더 많이 사용되지 않은 점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7조원 투자 교량, 완공 앞두고 ‘지분 50%’ 요구
2018년 착공한 고디 하우 국제대교는 총 47억 달러(약 6조 8,500억원)가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캐나다가 43,000억원 이상을 단독 부담했으며, 통행료 징수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교량은 캐나다 정부와 미시간 주정부의 공동 소유 구조로 설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량 지분 50%와 운영 수익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2017년 1기 재임 시절 캐나다와 양자 회담 후 공동 성명에서 이 교량 건설을 적극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포드 미시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이를 신속히 승인했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며 태도 변화를 직접 비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미국산 철강이 건설에 사용됐음을 설명했다.
카니 총리는 “상황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디트로이트 지역 상공회의소는 “고디 하우 국제대교는 미시간주에서 동시대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인프라 사업”이라며 “이를 저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지역과 주, 국가 전체에 막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짜 목표는 ‘캐나다-중국 밀착’ 견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교량 문제를 넘어 캐나다의 대중 관계로 확장되고 있다. 그는 “중국은 캐나다를 산 채로 먹어버릴 것”이라거나 “중국은 캐나다에서 이뤄지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모두 없애버릴 것”이라며 아이스하키 종주국 캐나다의 자존심까지 건드렸다.
트럼프의 공세는 2026년 1월 카니 총리의 중국 방문 이후 급격히 거세졌다. 그는 캐나다-중국 무역협정 체결 시 캐나다 상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카니 총리는 “중국과 무역협정 체결 의사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지만, 트럼프는 재취임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겠다는 위협을 반복해왔다.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전략을 ‘중국 포위망 구축’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캐나다가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관세 위협에 이어 국경 핵심 인프라까지 볼모로 잡는 다층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범 질서 종말”…미-캐 동맹 역대 최악 위기

카니 총리는 트럼프의 압박에 맞서 “미국에서 지금 정상인 것은 거의 없다”며 미국 주도의 규범 기반 세계 질서가 종말을 고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70년 이상 견고했던 미-캐 동맹이 공개적 충돌 국면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순간이다.
트럼프의 요구는 국제 인프라 협약의 선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양국이 합의한 공동 소유 구조를 일방적으로 재협상하려는 시도는 향후 국경 간 협력 프로젝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미시간주 경제는 캐나다와의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교량 개통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물류 마비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럼프의 압박이 단순 협상 전술을 넘어 캐나다의 주권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며 “관세 인상에 이어 물리적 국경 인프라까지 정치 도구화하는 것은 동맹 관계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완공을 불과 수개월 앞둔 7조원 규모 교량의 운명과 함께, 미-캐 관계의 미래가 기로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