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와 180도 다른 인기
판매량 1, 2, 3위 석권
경제 불황에 가성비 찾아

신차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반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한국산 경차는 신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7% 이상 줄었을 정도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선 경차 판매량이 다른 차량을 제치고 선두권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반전 결과의 배경에는 경기 불황 문제가 자리하고 있으며 경제가 어려우면 경차가 잘 팔린다는 공식이 신차에서 중고차로 넘어가고 있다.
중고차 시장 경차 독주, 상위 순위 석권

자동차 시장조사업체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산 차는 기아 모닝으로 3,497대가 거래됐다.
뒤이어 2위는 쉐보레 스파크가 3,189대, 3위는 기아 뉴 레이가 2709대를 기록했다. 놀라운 것은 상위 3위를 모두 경차가 독차지했다는 점이다.
경차의 중고차 시장 강세는 지난달뿐만 아니라 올해 누적 판매량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에서 기아 모닝은 5만648대로 2위, 쉐보레 스파크는 2만9394대로 6위, 기아 레이는 2만4947대로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빠른 판매 속도까지, 14일 만에 팔리는 경차들

중고차 판매 속도에서도 경차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인 케이카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차량별 판매 기간을 분석한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현대차의 경차 캐스퍼가 단 14일 만에 팔리며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했다. 쉐보레 뉴 스파크와 더 넥스트 스파크가 각각 15일로 그 뒤를 이었고, 기아 더 뉴 모닝도 18일로 4위에 올랐다.
이런 현상은 신차 시장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같은 기간 신차 시장에서 경차 등록 대수는 5,626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4%나 급감했다. 기아 레이의 신차 등록 대수도 3,846대에 그치며 전체 순위 11위에 머물렀다.
경기 불황이 만든 가성비 열풍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경기 불황과 가성비 중시 문화의 확산을 지적한다. 신차를 살 여유는 없지만 차량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중고 경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경기가 어려워도 경차를 찾는 소비자층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중고차 시장에서 경차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해당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초년생이나 비용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중고 경차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차로 경차를 사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중고차라면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실용성과 경제성을 겸비한 중고 경차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