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 시장 대호황
평균 판매일 절반으로 단축
프리미엄 모델 시세도 급등

“내놓기 무섭게 팔려 나갑니다.”
중고차 딜러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다.
올해 들어 중고차 수출 시장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국산 대형 SUV와 수입 프리미엄 차량들의 거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이에 따라 과거 몇 주씩 걸리던 판매가 불과 며칠로 단축되며, 시세도 들썩이고 있다.
중고차 수출, 3년 만에 37% 폭증

2021년까지만 해도 연간 46만 대 수준에 머물던 한국 중고차 수출량은, 올해 63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이미 29만 6천 대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며 역대급 흐름을 보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산 중고차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신차 시장의 불확실성과 맞물려 중고차가 새로운 수출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수 속에서 비교적 가격과 품질이 안정된 한국 중고차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판매일 절반 ‘뚝’…딜러들도 놀란 속도

중고차 수출 붐은 실거래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엔카닷컴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플랫폼에서 거래된 대표 모델들의 평균 판매일을 분석한 결과, 인기 모델의 판매 속도가 뚜렷하게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는 1월 평균 38.41일이 걸렸던 거래 기간이 4월에는 20.3일, 5월에는 23.87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 역시 1월 평균 55.4일이 걸렸던 판매 기간이 5월에는 28.22일로 단축됐다.
수입차도 비슷한 흐름이다. BMW 5시리즈(G30)는 1월 57.68일에서 5월 24.88일로 빨라졌고, X5(G05), X6(G06), X7(G07) 등 프리미엄 SUV 라인업 모두 평균 판매일이 절반 이하로 줄었으며 벤츠 E클래스(W213)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국산 대형 SUV나 프리미엄 수입 세단·SUV들이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빠른 거래로 이어진 것”이라며 “신차 대기 기간 등의 요인도 있지만, 수출 수요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시세도 들썩…수출형 모델 ‘몸값 상승’

빠른 판매는 시세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2년식 BMW X5(G05) xDrive 30d xLine 모델의 경우, 6월 기준 시세가 전월보다 7.11% 오른 8099만 원으로 약 540만 원이나 뛰었다.
또한 BMW 5시리즈(G30) 520i M 스포츠는 4.4% 오른 4496만 원, 현대차 더 뉴 팰리세이드는 4.61% 오른 4168만 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상품성 있는 중고차가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있는 배경엔 차량의 ‘질적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연식이 오래되거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차량이 주로 수출됐지만, 최근에는 2~3년 이내의 내연기관 모델이 중심이 되고 있다.

풍부한 옵션, 체계적인 관리 이력, 비교적 낮은 감가율을 지닌 차량들이 신차급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딜러업계는 “이제는 잘 빠진 중고차는 신차보다도 빨리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급성장’ 뒤엔 변화한 수출 지형

한편 이번 수출 붐의 핵심은 시장의 지형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한국 중고차에 대한 인식 변화, 안정적인 공급망, 그리고 전반적인 차량 품질 향상 등이 맞물리며 한국산 중고차가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이전에는 ‘국내에서 팔기 어려운 차량’이 수출의 주류였다면, 지금은 ‘팔기 좋은 차량’이 바로 해외로 나가고 있다. 수출은 이제 중고차 시장의 ‘보조 동력’이 아니라, 주도권을 쥔 핵심 축이 된 셈이다.
엔카닷컴 측은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한국 중고차는 옵션도 많고 관리도 잘 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특히 대형 SUV와 프리미엄 수입차는 중고차임에도 불구하고 거래 속도와 가격 모두에서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