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 것이 북미 시장 공략의 절대적인 정답으로 여겨지던 자동차 업계의 불문율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관세 정책 여파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보다, 15% 관세를 부담하더라도 한국·일본 등에서 직접 배로 보내는 편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역설적 분석이 나왔다.
꼬여버린 관세판, 멕시코 생산의 딜레마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영국산에는 10%를 적용하는 형태의 새로운 무역 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표면적으로는 수입차에 대한 장벽을 대폭 높이는 조치로 보이지만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점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의 틀이 요동치면서 발생하는 멕시코산 차량과의 관세 역전 현상이다.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미국 수출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앞다투어 멕시코 국경 지대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미국이 멕시코를 향한 통상 압박 수위를 비정상적으로 높이고 징벌적 성격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멕시코 공장에서 조립해 깐깐해진 규제를 뚫고 국경을 넘기는 총비용보다 이미 고도화된 생산 효율성을 갖춘 한국 등에서 15%의 관세를 지불하고 직수출하는 방안이 차라리 원가 절감에 낫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의 복잡해진 계산기와 유연성 시험대
이러한 글로벌 관세 구조의 지각변동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수출 셈법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신공장(HMGMA)을 가동하는 등 현지 생산 물량을 대폭 늘리는 한편 국내 울산과 광명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부가가치 수출 물량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양면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미국 현지 공장이 관세 장벽을 피할 무조건적인 해답인 줄 알았지만 관세율과 현지 부품 조달 비용이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어느 공장에서 어떤 차종을 조립할지가 수천억 원의 이익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전기차 캐즘 속에서 하이브리드나 프리미엄 차종의 마진율을 지키려면 막대한 현지 인건비를 지불하는 대신 한국 공장의 숙련된 인력을 활용해 수출하는 전통적 방식이 오히려 이익률 방어에 효자 노릇을 할 여지도 충분하다.
관세 불확실성 속 수익성 방어 전략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지켜보는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통상 환경의 변화는 향후 신차의 차량 가격 및 프로모션 규모와 직결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관세율이 생산 단가에 전가되면 결국 미국 내 판매 실적이 변동하고 이는 국내 시장에 배정되는 차량 물량과 대기 기간에도 연쇄적인 파급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거론되는 관세율과 무역 거래 조건은 양국 간의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수시로 뒤바뀔 수 있다. 따라서 당장 멕시코 철수나 한국산 직수출이 무조건 유리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시시각각 돌변하는 무역 규제에 맞춰 국가별 생산 라인의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유연함이다.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멕시코 우회 수출의 이점이 흔들리는 지금 한국 자동차 업계가 이 복잡한 관세 체스판 위에서 어떤 황금 비율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