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2분기 2천억 엔 적자
2만명 감원, 7개 공장 폐쇄
경영난 심화로 구조조정 박차

“심려를 끼쳐 사과드립니다” 이반 에스피노사 닛산 사장이 주주총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일본 자동차 업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때 세계 3위 자동차 제조사 연합의 주축이었던 닛산이 살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경영난으로 대규모 감원과 공장 폐쇄 등을 추진 중인 닛산자동차가 올해 2분기에도 200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1조8000억원 수준의 영업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6조원대 순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

교토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닛산이 요코하마 본사에서 연 주주총회에서 이런 분기 실적 전망치를 제시했다. 전망치에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영향도 반영됐다. 이는 닛산이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닛산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지난달 발표한 2024 사업연도 결산에서는 연간 6708억 엔, 우리 돈으로 약 6조4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도 유례없는 규모의 적자다.
이런 참담한 실적 뒤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한때 닛산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들의 급성장과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도 상황은 좋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이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2분기 적자 전망에도 이런 관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을 위한 절망적 구조조정

한편 닛산은 현재 전 세계에서 2만 명 감원과 7개 공장 폐쇄를 추진 중이다. 이는 닛산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교토통신은 닛산이 폐쇄할 공장 등 세부 구조조정 계획은 이날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신차 개발과 시장 반응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한 닛산의 위기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일본 자동차 산업 전체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환과 중국 업체들의 부상 앞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닛산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기술 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함께 브랜드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며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 역시 급선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