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기업의 셈법은 대중의 감정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국내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거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의 손을 덥석 잡은 이유도 철저한 생존과 실리 때문이다.
‘차이나 포비아’ 뚫고 중국과 손잡은 진짜 이유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화유코발트의 자회사인 화유리사이클과 인도네시아 배터리 순환 경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화유코발트는 세계 1위의 코발트 생산 기업으로 배터리 핵심 광물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는 ‘차이나 포비아’라는 말이 돌 정도로 중국 배터리 생태계에 대한 경계심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중국 기업을 파트너로 낙점한 것은 명확한 이유가 있다.

배터리 재활용과 광물 가공 분야에서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선점하고 있는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도저히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인프라, ‘화유’가 최적의 정답
특히 사업의 무대가 되는 인도네시아의 지리적 특수성이 크게 작용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원료인 니켈의 세계 최대 매장국이다.
화유코발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 현지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거대한 니켈 제련 및 광물 처리 인프라를 촘촘하게 구축해 놓은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현지 배터리 합작공장인 ‘HLI 그린파워’에서 나오는 막대한 양의 배터리 찌꺼기를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가 바로 화유리사이클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폐기물을 물리적으로 파쇄해 핵심 광물이 섞인 검은색 가루인 ‘블랙 매스’로 가공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감정 대신 실리, 배터리 원가 전쟁의 승부수
한 자동차 산업 관계자는 핵심 광물 채굴부터 폐배터리 추출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을 완전히 걷어내는 것은 현재 기술과 비용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무리하게 탈중국을 시도하다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떠안기보다는, 차라리 경쟁자와 손을 잡고 배터리 원가를 대폭 낮추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이득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합작은 감정적인 꼬리표를 떼어내고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와 원가 절감이라는 확실한 성과를 조준한 치밀한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피를 말리는 가운데, 재활용 생태계 구축을 통한 튼튼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현대차그룹의 미래 주도권을 쥐어줄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