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소차 판매 27% 급감, 승용차 위기
충전소 부족·전기차 공세에 확산 제동
상용차·그린 수소가 미래 반등의 열쇠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6월 전 세계 판매량은 4천여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수치만 보면 ‘겨울’을 맞은 분위기다.
현대차·토요타 모두 부진…‘승용 수소차’ 입지 흔들
현대차는 판매량이 30% 넘게 줄었음에도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켰다.
승용 모델 넥쏘가 시장 초기에 자리잡으며 한국 내수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일렉시티 수소버스와 대형 트럭 수출이 줄어든 판매량을 방어했다. 그러나 승용 부문이 부진하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2위인 토요타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라이 판매량이 반 토막 나면서 점유율이 줄었고, 대신 하이브리드·전기·수소 등 모든 동력원을 병행하는 ‘멀티 패스웨이’ 전략으로 위험 분산을 꾀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이 상용차를 앞세워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대규모 물류와 버스 노선에서 수소가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다.
한국은 넥쏘 판매 부진으로 2위에 머물렀고, 유럽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승용 수소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 양상이다.
‘5분 충전’의 역설…대기 1시간에 발목 잡힌 수소차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충전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수소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충전소 앞 대기 시간이 1시간을 넘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고장이나 압력 저하로 100% 충전이 안 되는 경우도 잦다.

수소차의 장점으로 꼽히는 ‘5분 충전’이 실제로는 ‘5분 충전까지의 긴 여정’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전기차가 충전소 확충, 가격 경쟁력, 모델 다양화에서 앞서가며 친환경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정부 보조금 축소와 정책 지원의 불확실성도 수소차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승용차 침체 속 상용차가 여는 수소차의 새 길
전문가들은 승용차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반면 상용차 부문에서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본다.
대형 트럭, 장거리 버스, 선박, 항공 등 배터리 무게와 긴 충전 시간이 걸림돌이 되는 영역에서 수소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 생태계가 구축되면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친환경성이 강화된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충전 인프라 확대와 장기적 정책 지원이 필수다.
지금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수소차는 일부 틈새 시장에서만 존재감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향후 추이를 면밀히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