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연산용 GPU가 빨아들이는 막대한 전력 소모량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토종 기업인 효성중공업이 차세대 전력변환 장치인 반도체 변압기(SST)를 앞세워 판 흔들기에 나섰다.
단순한 장비 단품 공급을 넘어, 연간 50조 원대 규모로 팽창 중인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시장을 통째로 정조준한다는 구상이다.
“전기실 줄이고 서버룸 늘려라”…AI 시대의 생존법
효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앞둔 22.9kV 1.05MVA급 SST는 전력반도체를 활용해 교류 전압을 조절하는 변압 기능과 이를 다시 직류로 변환하는 정류 기능을 하나의 장비에서 처리하는 차세대 핵심 장비다.
기존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구조는 외부 발전소에서 송전망을 거쳐 들어온 고압 교류 전기를 저압 직류 전기로 바꾸기 위해 거대한 초고압변압기, 무정전 전원장치(UPS), 정류기 등 다단계 설비를 줄줄이 배치해야만 했다.

이 방식은 막대한 전기실 공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변환 단계를 거칠 때마다 상당한 전력 손실을 유발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반면 데이터센터에 한국산 SST를 도입하면 복잡했던 변압과 정류 과정을 단일 시스템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육중한 기존 변전 설비들이 차지하던 거대한 공간을 데이터센터의 핵심 수익원인 고밀도 서버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셈이다.
중간 변환 과정이 생략되면서 전력 손실이 최소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15조 수주 잔고의 ‘비밀 무기’…패키지 수주 잭팟 노린다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시장 조사기관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 규모는 2026년 275억 달러에서 2031년 385억 달러(약 53조 원)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대비 두 배가량 폭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러한 글로벌 수요 폭발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오는 5월 초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전력·송배전 전시회인 ‘IEEE PES T&D’에 독자 개발한 SST 서브 모듈을 전시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고객 레퍼런스 확보에 나선다.

앞서 2022년 초기 모델 개발에 성공한 이후, 현재는 더 높은 전압에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 모델 실증을 진행 중이며 향후 상용화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시장에 풀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K-변압기의 진짜 파괴력이 데이터센터 토털 전력망 ‘패키지 수주’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15조 원을 넘어선 막대한 수주 잔고의 바탕이 된 기존 초고압변압기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역량에 첨단 SST 기술을 융합하는 전략이다.
전력 부하 변동이 심한 AI 연산 과정에서 국산 SST와 ESS를 묶어 공급하면, 실시간으로 전압과 전류를 제어해 안정적인 전력망을 구축하려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수요를 독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