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세계 1위가 어쩌다가”…치킨 게임 하다가 ‘날벼락’

BYD 판매목표 16% 하향조정
3년 만의 분기 순이익 30% 급감
중국시장 가격전쟁에 발목 잡혀

전기차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중국 BYD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BYD는 올해 판매 목표를 550만 대에서 460만 대로 16%나 대폭 하향 조정했다. 중국 내수 시장의 극심한 가격 전쟁에 휘말리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 원인이다.

무리한 목표에서 현실적 수치로 후퇴

BYD는 지난 3월 애널리스트들에게 올해 판매 목표가 550만 대라고 밝혔지만,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목표를 낮춰 최종적으로 460만 대까지 조정했다. 수정된 수치를 지난달 회사 내부와 일부 협력업체들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460만 대는 작년 판매 실적 430만 대 대비 7% 증가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2020년 이후 가장 저조한 판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로이터는 BYD의 새 목표치가 최근 애널리스트들이 하향 조정한 전망치들보다도 더 낮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BYD의 판매 실적은 이전 목표 550만 대 기준으로 약 52%에 해당한다. 소식통들은 BYD가 판매 목표를 낮춰 잡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한 관계자는 경쟁 심화에 따른 압박 때문이라고 밝혔다.

3년 만의 순이익 급감, 수익성 비상

상황의 심각성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8월 말 BYD는 분기 순이익이 30%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3년여 만에 첫 감소다. 그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온 BYD로서는 충격적인 수치다.

로이터는 BYD가 자사 전체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 둔화 신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수많은 제조업체가 몇 년째 치열한 가격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BYD를 포함한 수십 개의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치킨 게임에 가까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를 한 대 팔아도 남는 이익이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점차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이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정된 시장을 놓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경쟁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경쟁사는 오히려 목표 상향, 명암 갈려

BYD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오히려 공세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대 경쟁사인 지리자동차 경영진은 지난달 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판매 목표를 기존 271만 대에서 30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지리는 일찍부터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대중적인 모델부터 고가의 프리미엄 전기차 지커, 그리고 볼보와 폴스타까지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과 다양한 가격대의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다각화 전략이 중국 내수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고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BYD는 그동안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수익성이 크게 하락하자 무리한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460만 대라는 수정된 목표는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방어하고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적 변화를 시사한다.

BYD의 주력 모델들이 주로 중저가 시장에 집중되어 있어 가격 인하 경쟁에 더 취약한 구조인 것도 현재 어려움의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세계 1위 업체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시장의 가격 전쟁은 결국 경쟁력 없는 업체들을 퇴출시키는 구조조정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앞으로는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전기차 시장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