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는 이제 달리는 스마트폰이 되었다. 무선 업데이트인 OTA와 실시간 내비게이션 기능이 필수품이 되면서,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은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최근 중국 전기차 BYD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소비자들이 배터리 화재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바로 이 데이터의 행방이다.
배터리 성능보다 무서운 내 차의 기억력
중국차 논란의 중심에 선 BYD 아토3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고도의 연결성을 자랑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위치 정보와 음성 기록, 스마트폰 연동 데이터가 어디로 향하느냐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중국계 차량의 경우 소프트웨어 운영 체제가 본사의 통제권 안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이 문제를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과 러시아와 연결된 커넥티드 차량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고강도 규제안을 발표했다.
2027년형 모델부터는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차는 미국 도로를 달릴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차량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생각보다 방대하다. 매일 아침 들르는 골프장 연습장부터 자녀의 학교, 군부대 인근의 식당 주소까지 내비게이션 검색 기록에 고스란히 남는다.
특히 스마트폰을 차량에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 주소록과 최근 통화 내역, 메시지 내용까지 차량 메모리에 저장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서버 관리 강조하는 BYD의 승부수

논란이 확산되자 BYD코리아는 진화에 나섰다. 한국에서 수집되는 모든 데이터는 국내 클라우드 서버에서 관리되며, 중국 본사로는 어떠한 정보도 전송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처리 방침 역시 국내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안심시키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현대차와 기아 같은 국산차 브랜드는 물론이고 테슬라 역시 데이터 수집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경우 차량 내 카메라가 수집한 영상 데이터의 공유 문제가 과거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핵심은 데이터의 수집 자체가 아니라 저장된 정보의 휘발성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사용자가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얼마나 보장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어떤 차도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고차 팔 때 내 사생활도 함께 팔린다
데이터 보안 문제는 신차를 살 때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대목은 차량을 매각할 때다.
중고차 시장으로 넘어가는 차량 10대 중 8대는 이전 차주의 내비게이션 목적지 정보와 블루투스 연결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주인과 통화했던 지인의 연락처나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적어둔 메모가 내비게이션 목적지 리스트에 남아 있는 사례도 흔하다.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유출이지만, 대다수의 운전자는 공장 초기화 방법을 모르거나 정비소에 맡기면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믿고 방치하는 실정이다.
내 차를 떠나보내기 전에는 반드시 설정 메뉴에서 시스템 초기화를 수행해야 한다.
특히 수입차나 최신 전기차는 스마트폰 앱 연동을 해지하지 않으면 새 주인이 차를 타는 동안에도 내 폰으로 차량 위치 정보가 전송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 동선이 곧 돈이자 권력인 시대에 데이터 관리는 이제 운전의 기본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