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망은 하나의 점을 막는 데 최적화되어 있는데, 적은 넓은 면적을 한 번에 제압하는 무기를 전방에 깔았다.”
북한이 집속탄두를 장착해 최근 시험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라’가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 방어(MD) 체계에 새로운 전술적 과제를 안겼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해당 미사일이 단순히 대남 타격 거리를 좁힌 것을 넘어, 동일한 미사일에 전술핵과 재래식 탄두를 자유롭게 바꿔 낄 수 있는 ‘이중 용도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평택·오산 직접 겨냥한 전방 군단의 새 화력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24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화성-11라 시험발사에 담긴 북한의 전술적 의도를 상세히 해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 미사일이 전략군이나 미사일총국이 아닌 전방 1·2·4·5군단의 고유 화력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고정밀 유도무기 발사 권한이 일선 전방 군단장에게 위임되었음을 의미하며, 대남 기습 타격의 문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제도적 신호로 읽힌다.
이번 시험발사에서 확인된 타격권 136㎞를 서부전선의 4군단에 대입해 보면, 서울 수도권 전역은 물론 주한미군의 심장부인 평택 캠프 험프리스와 오산 공군기지가 모두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중부전선의 2군단에서 쏠 경우엔 수도권에 더해 경기 남부 주요 산업벨트까지 직접적인 타격권에 놓이게 된다.

북한은 지난 4년에 걸쳐 기존 방사포와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사이의 화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체계의 개발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 탄두 다종화 시험을 통해 실전 배치를 일단락 지은 것으로 파악된다.
핵과 재래식 섞어 쏘기, 한미 MD 흔드는 비대칭 전술
화성-11라가 한미 군 당국에 주는 가장 큰 부담은 탑재되는 탄두의 성격을 발사 전까지 정확히 판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화산-31’이라는 표준화된 전술핵탄두를 공개하며 화성-11라를 핵 탑재 가능 미사일 목록에 올린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집속탄과 파편지뢰 탄두 등 재래식 무기까지 성공적으로 장착하면서, 탄두 선택만으로 국지적 파괴와 지역 봉쇄를 넘나드는 복합 전술 구사가 가능해졌다.

이는 한미의 미사일 방어 교리와 철저한 비대칭을 이루도록 설계된 북한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미 MD 시스템은 적의 탄두를 직접 타격하는 이른바 점(點) 표적 방어에 고도로 특화되어 있다. 반면 수많은 자탄을 흩뿌리는 집속탄두는 넓은 지역을 제압하는 면(面) 표적 공격 방식이어서 기존 요격 시스템만으로는 완벽한 방어가 까다롭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북한이 여러 발의 화성-11라를 섞어 쏠 경우, 어느 미사일에 전술핵이 들어있고 어느 미사일에 집속탄이 들어있는지 한미 연합군이 즉각 요격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동시 개발이라는 북한의 병진 노선이 전방 화력에 스며들면서, 한반도 안보 환경은 또 한 번 복잡한 대응 방정식을 마주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