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다 죽는 줄 알았는데”…미국 ‘관세 폭탄’ 터지자 벌어진 반전

전기차 수출 68% 급증
중고차도 조용히 반전 성공
미국 대신 EU·CIS 시장 공략

수출길이 막힐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자, 한국 자동차는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유럽과 중앙아시아 시장을 뚫었다. 전기차는 앞에서 질주하고, 중고차는 조용히 뒤에서 밀어줬다.

2025년 8월, 자동차 수출은 역대 8월 중 최고치인 55억 달러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기차 ‘폭풍 질주’… 수출 판 바꿨다

순수 전기차 수출은 전년보다 무려 68.5% 급증하며 전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하이브리드차도 13.3% 늘며 친환경차 수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내연기관차는 1.6% 소폭 줄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가 높은 차종이 잘 팔리면서, 자동차 수출 구조가 점점 바뀌고 있다.

전기차의 수출 성장은 미국이 아닌 유럽과 CIS 시장에서 비롯됐다. EU의 탄소배출 규제 강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전기차 인프라 확장이 수요를 끌어올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관세와 보조금 이슈로 수출이 줄었지만, 유럽과 CIS에서는 브랜드 신뢰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조용히 ‘한 방’… 37% 급증

예상 밖의 히든카드는 중고차였다. 8월 중고차 수출은 전년 대비 37%나 급증하며 전체 수출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산업부는 “신차 공급이 늦거나 가격이 오른 국가를 중심으로, 품질 좋은 한국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기존 차량이 중고 시장으로 유입되고, 한국산 차량의 내구성과 안정성이 신흥국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인다.

관세 25%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변화 전략’ 주효

미국은 여전히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 7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 시행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이 여파로 8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87억4000만 달러로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들은 빠르게 수출 전략을 EU·CIS·중동 등지로 전환하며 타격을 최소화했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수요가 살아 있는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한 결과”라며 “전기차, 하이브리드, 중고차가 동시에 성장하고 있는 구조는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수출 구조”라고 평가했다.

과제는 여전… 경쟁 심화와 대외 변수

성적은 좋지만,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유럽 시장에서는 자국 브랜드 보호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고, 일본·중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또한, 관세 인하 협상의 지연과 글로벌 경기 둔화는 향후 수출 흐름을 제약할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현재의 수출 호조는 전략적 대응의 결과지만, 각국 정책 변화나 경쟁사의 공세에 따라 언제든 꺾일 수 있다”며 “이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관세 폭탄’은 분명 위협이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를 기회로 바꿨다.

시장 다변화, 친환경차 확대, 중고차 성장이라는 삼각 축으로 새로운 수출 지형을 개척하며 이 흐름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멀리 이어갈 수 있을지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