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판도 재편…전기차 약진, 하이브리드 주춤
에너지 전환 속 ‘가격’이 승부처
글로벌 전기차 31.8%↑,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2025년 상반기 중고차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화재 사고로 외면받던 전기차가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인기 절정이던 하이브리드차는 급격한 가격 하락을 겪고 있다.
전기차 부활, 하이브리드 추락
11일 케이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중고차 평균 시세는 1853만원으로 1월 대비 4.4% 떨어졌다. 일반적인 중고차 월평균 감가율이 1%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하락폭이 평년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료별로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전기차만 유일하게 0.8% 올랐고, 하이브리드는 5.7%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솔린과 디젤, LPG는 각각 4.9%, 4.1%, 4.6% 하락해 평균적인 감가율을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개별 모델의 시세 변동이다. 쉐보레 볼트 EUV가 8.2% 상승해 전 차종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KGM 코란도 이모션과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도 각각 7.9%, 7.1% 오르며 소형 전기 SUV를 중심으로 수요 회복세가 이어졌다.
반대로 하이브리드는 구형 모델을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현대 투싼 4세대 하이브리드가 9.8%, 더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9.7% 떨어지는 등 평균 이상의 감가를 기록했다.
신뢰 회복, 가격 부담이 판도 갈랐다
이런 역전 현상의 배경을 살펴보면 소비자 인식 변화가 핵심이다. 2024년 하반기 전기차 화재로 급락했던 시세는 완성차 업체들의 신뢰 회복 노력이 성과를 거두며 반등했다.
기술 안정화와 충전 인프라 확대가 맞물리며 초기 우려가 해소됐다. 여기에 소형 전기 SUV 수요 증가와 보조금·세제 혜택으로 인한 실구매가 하락이 중고차 시세 안정에 힘을 보탰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높은 신차 가격이 중고차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신차와 중고차 가격 차이가 커지면서 구형 모델을 중심으로 급격한 감가가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신차가 4000만원을 넘어서면서 구매자 부담이 커졌다”며, “전기차는 보조금 효과 덕분에 중고차 시세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카의 조은형 애널리스트는 “2025년 상반기는 전기차 시세가 회복하는 동안 하이브리드 구형 모델 가격이 크게 떨어진 시기”라며, “전기차를 고려하던 소비자에게는 지금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급성장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나타난 변화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와도 맞물려 있다. 글로벌 수요 확대는 가격 경쟁과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며 국내 시장 판도 변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947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8% 증가했다.
중국이 598만 대(점유율 63.2%)로 1위를 차지했고, 유럽은 195만 대로 28.3% 성장했지만 북미는 전기차 보조금 종료와 환경 규제 완화 등 정책 불확실성으로 86만 대(0.8%↓)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기간 29만5천 대를 판매해 글로벌 7위를 유지했다. 아이오닉5와 EV3가 실적을 견인했고, 캐스퍼 EV 등 소형 모델도 호응을 얻으며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기술이 안정화되고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