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미국 공장 신설 검토
6조3천억원 투자 규모
관세 52.5% 급등이 배경
세계적인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독일 매체 슈피겔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아우디는 관세 부담을 줄이고 미국의 자동차 무역 적자 불만을 달래기 위해 미국 공장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 자존심 꺾고 미국으로 향하다
지금까지 아우디는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과 달리 미국에 자체 생산 공장을 두지 않았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인 Q5도 멕시코에서 조립해 거의 무관세로 수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최고 52.5%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 내 생산 없이 수출에만 의존해오던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 이사회는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아우디의 미국 공장 설립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폭스바겐·BMW도 ‘관세 해법’ 찾기 분주
폭스바겐그룹은 이미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차량을 타국에 수출하고, 동시에 유럽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물량을 상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줄이는 아이디어를 미국 정부에 제안한 상태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나도 미국에서 조립한 BMW를 탄다”며 이 같은 방식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독일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기조에 적응하며 실리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아우디 차량의 미국 생산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가 시작됐다”며 기존 테네시주 폭스바겐 공장의 일부 라인을 아우디 생산용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 바뀌나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아우디의 결정이 독일뿐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라,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새로운 국면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유럽 제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독일 자동차업계가 자국 생산보다 미국 현지화를 택했다는 점에서, 세계 시장의 생산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이처럼 트럼프의 압박에 전통 강호들마저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번 움직임이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 판을 여는 신호탄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