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동의 화약고가 타오르는 가운데, 그동안 반미(反美) 최전선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북한이 유독 이란 사태에 대해서는 묘한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입으로는 거친 반미 수사를 쏟아내면서도 이란에 대한 노골적인 전면 지지는 피하는, 고도의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미는 요란하게, 이란 지지는 ‘신중하게’

최근 미국의 한 북한 전문 매체는 북한이 이란 사태를 대하는 태도에 주목하며 “북한이 이란 문제에서 매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treads gingerly)”고 진단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은 중동 사태 책임을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 정책 탓으로 돌리며 맹비난하지만, 정작 분쟁 당사자인 이란 정부나 무장 세력의 군사 행동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군사 연대를 공식화하는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규모 무기를 지원하고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과는 확연히 온도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너무 엮이면 손해? 철저한 손익 계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엇박자 행보 이면에 철저한 ‘손익 계산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러시아 파병과 무기 수출로 국제사회의 최고 수위 제재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분쟁의 핵심인 이란과 군사적·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엮일 경우 감당해야 할 외교적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자칫 이란의 대리전 구도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가 이스라엘은 물론 강경한 대외 기조를 펴는 미국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는 불상사를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지는 맞지만, 피를 흘리면서까지 짐을 나눠 지지는 않겠다”는 북한 특유의 실용주의적 외교 전술이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2기’ 대미 협상 대비한 보험용 침묵

가장 흥미로운 앵글은 북한의 이러한 거리두기가 결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향후 관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톱다운(Top-down) 방식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 만큼, 트럼프 2기 임기 내에 극적인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릴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고 있다.
만약 북한이 이란을 전면 지지하며 중동 전선에서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을 극도로 자극해 향후 북미 대화의 여지 자체가 영영 사라질 수 있다.
즉, 반미 스크럼이라는 기본 명분은 유지하되,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이란과의 전면 밀착은 피함으로써 트럼프와의 협상 카드를 남겨두는 얄밉고도 치밀한 줄타기 외교를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