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전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내놓는 사이, 세계 에너지 시장은 사상 초유의 공급 충격에 휘청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맞대응했다. 그 결과 글로벌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전략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며 원유·석유제품 수출량이 분쟁 전 대비 10% 미만으로 급감했다.
트럼프의 ‘출구전략’…일방적 승리 선언의 함의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1일 켄터키주 히브런 연설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임무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작전 지속 의지를 밝혔다. 같은 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내가 끝나길 원할 때 언제든 끝날 것”이라며 전쟁 종결 권한이 자신에게 있음을 과시했다.
이는 전쟁 장기화에 대한 시장과 여론의 우려를 차단하는 동시에, 일방적 승리 선언을 통한 출구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비축유 방출 카드 등을 통해 “약 4주는 버틸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IEA 사상 최대 방출…그래도 ‘역부족’ 가능성
3월 11일 결정된 IEA의 4억 배럴 방출은 역대 최대 규모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방출량(1억 8,300만 배럴)의 두 배를 넘어서며, 1991년 걸프전(약 2,500만 배럴)과는 비교조차 어렵다. 이번이 IEA 역사상 여섯 번째 공동 방출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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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번 방출에 약 2,246만~2,250만 배럴을 분담하며, 일본이 약 8,000만 배럴로 최대 규모를 담당한다. 그러나 시티그룹은 호르무즈 봉쇄로 인한 하루 공급 차질 규모를 1,100만~1,600만 배럴로 추산한다. 한국의 방출량으로는 호르무즈 폐쇄로 줄어든 하루 136만 배럴을 고작 16일 대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현재 직면한 석유 시장의 도전은 전례 없는 규모”라고 인정하면서도, 비축유 방출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진정한 해결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 정상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내 균열…전쟁 권한을 둘러싼 의회 충돌
트럼프 대통령이 히브런을 연설 장소로 택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이 지역은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성향의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 지역구다. 매시 의원은 이란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민주당 로 카나 의원과 공동으로 ‘전쟁 권한 결의안’을 발의해 의회 승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매시 의원을 “최악의 공화당 의원”이라 몰아붙이고, 그의 도전자인 에드 갤라인을 무대에 세워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전쟁 수행과 에너지 위기 대응이라는 외치(外治) 과제와 동시에, 당내 이탈 세력 제압이라는 내치(內治) 문제가 트럼프 앞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트럼프의 ‘승리 선언’이 정치적 수사에 그칠지, 실질적 전쟁 종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운송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IEA의 사상 최대 비축유 카드도 에너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시장의 냉정한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