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에 아파트와 꼬마 빌딩을 보유한 자산가 박모 씨(72)는 최근 두 자녀를 불러 모아 중대한 가족 회의를 열었다.
본인이 세상을 떠날 경우 자녀들이 짊어져야 할 수억 원대의 상속세가 늘 마음의 짐이었지만, 정부가 추진했던 상속세 개편 논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기획재정부가 78년 만에 상속세 계산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발표하면서, 당장 사전 증여를 서두르는 대신 2028년까지 조금 더 버티는 것이 가족 전체의 부를 지키는 길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30억 물려주면 세금 4.4억 vs 1.8억… 자녀공제가 핵심
현재 우리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현행 유산세 방식은 사망한 사람이 남긴 전체 재산을 한 덩어리로 묶어 세금을 매기는 구조다.

재산 총액이 클수록 높은 누진세율을 두드려 맞기 때문에 남은 가족들이 각자 몫을 나누기도 전에 막대한 세금을 떼이게 된다.
반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28년부터 도입되는 유산취득세는 부모가 남긴 총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는 개인 몫의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한다.
재산이 여러 명에게 쪼개질수록 각자가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이 낮아져, 자녀 수가 많을수록 가족 전체가 부담해야 할 총세금은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 30억 원의 재산을 가진 박 씨가 배우자와 두 자녀를 두고 현행법이 적용되는 2027년 이전에 세상을 떠난다고 가정해 보자.

일괄공제 5억 원과 배우자공제 10억 원을 합친 총 15억 원을 공제받더라도, 남은 15억 원의 과세표준에 누진세율이 적용돼 가족이 내야 할 상속세는 약 4억 4천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가 시행되는 2028년 이후 상황을 보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배우자가 10억 원, 두 자녀가 각각 10억 원씩 상속받는다고 칠 때 배우자는 법정상속지분 한도 내에서 전액 비과세 처리를 받아 세금을 내지 않는다.
두 자녀 역시 각자가 받은 10억 원에서 1인당 인적공제 5억 원을 빼면 과세표준은 5억 원으로 크게 낮아진다.
여기에 바뀐 세율을 대입하면 자녀 한 명당 내야 할 세금은 약 9천만 원으로 줄어들며, 두 명의 세금을 모두 합쳐도 총 1억 8천만 원 수준에 머문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30억 원의 재산을 물려주고도, 세법이 바뀌는 시점을 경계로 가족 전체가 무려 2억 6천만 원의 세금을 합법적으로 아끼게 되는 셈이다.
2028년 시행 목표… 섣부른 사전 증여 타이밍 재검토 필수
정부는 이 같은 유산취득세 개편 법률안을 올해 5월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법안이 통과되면 2026년과 2027년 2년 동안 국세청의 전산 시스템 구축 등 보완 작업을 거쳐 2028년부터 새로운 세법을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상속세는 부모가 사망해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의 세법을 엄격하게 따른다.

따라서 절세를 위해 서둘러 재산을 자녀에게 떼어주려던 자산가라면, 당장의 증여세 부담과 2028년 이후 대폭 낮아질 상속세 부담을 저울질하며 증여 타이밍을 전면 재검토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