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 일대를 전면적인 군사 요새로 탈바꿈시키려는 정황이 공식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이 이 지역을 ‘대적 투쟁의 제1선 초소’로 명명함에 따라, 과거 개성공단 조성을 위해 후방으로 물렸던 대규모 화력과 병력이 다시 서울 코앞으로 전진 배치될 것이라는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 두 국가 정책에 발맞춰 물리적 국경선을 요새화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극단적인 대남 압박 전술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화의 상징에서 다시 ‘남침의 관문’으로
최근 입수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근로자’ 2025년 12월호에는 개성시를 ‘남쪽 국경 관문’이자 ‘대적 투쟁의 제1선 초소’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기고문은 개성 지역 치안과 경비를 담당하는 사회안전군 군인들에게 전투 동원 태세를 요구하며 사실상 이 지역의 완전한 군사적 전용을 시사했다.
개성의 지정학적 운명은 남북 관계의 부침에 따라 극적으로 요동쳐왔다.
과거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전까지 개성은 북한군의 최전방 요충지로, 최정예 부대인 제6사단과 64사단, 그리고 62포병여단이 촘촘히 주둔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의 거센 반발을 억누르고 이들 부대를 송악산 이북으로 10~15km 후방 배치하면서 개성공단이라는 평화의 공간이 열렸다.

그러나 이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북한은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직후, 총참모부를 통해 개성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와 화력 부대를 다시 전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이후 꾸준히 대남 적개심을 고취해 온 북한이 이제는 당 기관지를 통해 개성의 성격을 협력 거점에서 군사 거점으로 완전히 뒤집었음을 공식화한 셈이다.
서울까지 50km, 수도권 방어망에 닥친 치명적 위협
군 당국이 개성의 군사기지화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는 이곳이 서울 중심부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턱밑이기 때문이다.
만약 과거 후방으로 철수했던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등 북한의 핵심 장사정포 전력이 개성 일대로 다시 전진 배치될 경우, 한국의 수도권 방어 시나리오는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송악산 이북에 배치되어 있을 때와 비교해 장사정포의 실질적인 유효 타격 거리가 크게 남하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서울 북부와 중심부를 넘어 수원, 안양 등 경기 남부 권역의 핵심 인프라까지 즉각적인 사정권에 들어가며, 포탄 발사 후 우리 군이 요격하거나 시민들이 대피할 조기 경보 시간은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지형적 특성 역시 치명적인 위협 요소다. 개성에서 파주와 문산을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축선은 장애물이 적고 평탄하여 대규모 기갑 부대의 신속한 기동이 가능한 최적의 남침 경로로 꼽힌다.
여기에 임진강 하류와 서해안을 연계한 해상 우회 침투나 인천국제공항 등 국가 전략 시설에 대한 기습 타격 가능성까지 열리게 된다.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턱밑까지 다가온 북한의 화력 앞에서, 첨단 무기로 무장한 우리 군의 킬체인과 수도권 방공망이 과연 충분한 제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철저한 재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