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간의 10일간 휴전이 발효된 지 단 하루 만인 4월 18일, 레바논 남부의 전황이 다시 벼랑 끝으로 치달았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활용하던 일명 ‘옐로 라인(Yellow Line)’을 레바논 영토 내에 전격 설정하면서다.
이 선을 넘는 자는 누구든 표적으로 삼겠다는 사실상의 자유 교전 선언이 나오면서, 인근 티르(Tyre) 지역에 주둔 중인 300명 규모의 한국군 동명부대 장병들의 생존에 적신호가 켜졌다.
식별 표지도 소용없는 가자지구식 살상 구역
이스라엘의 옐로 라인 설정은 UN 평화유지군(UNIFIL)의 작전 환경이 한층 위험해졌음을 보여준다.

이 선의 핵심은 민간인이나 평화유지군이라는 신분 식별을 무시하고, 해당 구역 내에 진입하거나 머무는 모든 대상을 잠재적 적대 전투원으로 간주해 즉각 사격한다는 데 있다.
철저한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가자지구화(Gazafication)’ 전술이 레바논에 그대로 복제된 것이다.
이러한 공포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옐로 라인 설정 통보 당일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 중이던 UNIFIL 순찰대가 공격을 받아 프랑스군 평화유지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치는 참변이 발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즉각 헤즈볼라의 소행으로 지목했지만, 양측의 무차별적인 화력이 엉키면서 1978년 창설 이후 적지 않은 인명 피해를 겪어 온 UNIFIL의 안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파란색 헬멧과 UN 로고가 더는 목숨을 담보하지 못하는 전장으로 변모했다.
잔류냐 철수냐, 벼랑 끝에 선 동명부대 시나리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 옐로 라인을 그으면서 동명부대의 작전 환경은 극단적으로 뒤바뀌었다. 과거 평화유지군은 비교적 명확한 교전 수칙 아래 양측의 완충 지대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무차별 사격선이 그어지면서, 티르 일대를 순찰하는 우리 장병들은 헤즈볼라의 급조폭발물(IED) 테러는 물론 이스라엘군의 오인 폭격이라는 양면의 위협에 맨몸으로 노출됐다.
이에 따라 동명부대 철수 시나리오를 둘러싼 정부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만약 사태 악화로 병력을 전면 철수할 경우, 장병들의 생명은 즉각 보전할 수 있다.

반면 지난 2007년부터 19년간 레바논 현지에서 쌓아온 중동 내 외교적 자산과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의 묵직한 발언권이 한순간에 증발하는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 K-방산 수출의 숨은 지렛대 역할을 해온 평화 유지 기여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반대로 주둔을 강행할 경우, 통제력을 상실한 화약고 한복판에서 동명부대가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를 입을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프랑스군의 사상자 발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최소한의 국제법마저 내팽개친 상황에서, 300명의 우리 청년들을 보호할 독자적인 생존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