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전투기 개발은 단순한 군사 기술의 진보를 넘어, 국가 간의 자존심과 방위산업 패권이 격돌하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최근 유럽을 대표하는 6세대 전투기 공동개발 프로젝트가 기술적 난제가 아닌 참여국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크게 흔들리면서 글로벌 항공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신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최근 프랑스, 독일, 스페인이 공동 추진 중인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프로젝트의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메르츠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역설적으로 현재 유럽의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방증한다.
거창한 6세대 청사진, 회의실에 갇힌 유럽

유럽의 FCAS는 당초 전투기 1대를 만드는 것을 넘어선 거대한 청사진을 그렸다. 차세대 유인 전투기(NGF)를 중심으로 무인기 편대와 네트워크화된 전투 체계까지 묶어, 204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완벽한 6세대급 공중전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개념과 목표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KF-21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체계를 지향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구체화될수록 프랑스의 다쏘(Dassault)와 독일·스페인을 대표하는 에어버스(Airbus) 간의 핵심 기술 지식재산권(IP) 공유와 작업 분량을 둘러싼 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누가 차세대 항공 산업의 주도권을 쥐고 일감을 더 많이 가져가느냐를 두고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얽히며 파열음이 커진 것이다.
결국 수십 조 원의 자본과 세계 최고의 항공 기술력을 모아놓고도, 정작 거창한 목표에 매몰되어 회의실에서 샅바싸움만 벌이는 상황에 처했다.
비행장으로 직행한 한국, 현실주의의 승리

초강대국들의 이러한 난항은 독자적인 전투기 플랫폼을 현실화한 한국 방위산업의 성과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한국의 KF-21은 처음부터 허황된 6세대 청사진을 좇기보다는, 당장 전력화가 가능한 4.5세대급 기체에서 출발하는 현실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유럽이 아직 도면을 펼쳐놓고 지분 싸움을 벌이는 사이, 한국은 뚝심 있는 개발을 통해 실제로 전투기를 완성해 비행장 활주로에 올렸다. 최근에는 수많은 시험 비행을 거쳐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진입하며, 실체가 있는 ‘진짜 무기’를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만들겠다’와 ‘만들었다’의 뼈저린 차이

시장에서는 유럽의 FCAS 위기가 다국적 공동개발의 치명적인 함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리스크를 나누기 위해 동맹을 맺더라도, 전체를 끌고 나가는 독자적인 ‘기술 통제권’과 명확한 지휘 체계가 없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교훈이다.
포부는 유럽의 FCAS가 더 컸을지 몰라도, 현실성·진도·실물 성과 측면에서는 양산기 출고와 공군 인도를 앞둔 KF-21이 더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은 확보한 KF-21 플랫폼을 바탕으로 향후 무인기 연동(MUM-T) 등 차세대 기술을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주도권 갈등으로 주춤한 유럽의 FCAS와 달리, 실물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확보한 K-방산의 현실적 접근이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