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전장을 뒤바꾼 것은 전차도, 미사일도 아닌 드론이었다. 수천 달러짜리 드론이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를 무력화시키는 장면이 일상이 됐다.
이제 ‘드론을 어떻게 막느냐’가 현대 전장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로템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WDS 2026’에서 드론방어체계(C-UAS)를 탑재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가 아니다. 연간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동 방산시장을 겨냥한 한국 방위산업의 총력전이 시작됐다.
사우디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산업 자립화 전략 ‘비전 2030’의 핵심 행사인 WDS 2026에는 전 세계 76개국 770여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현대로템을 비롯해 한화, LIG넥스원, KAI 등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주목할 점은 현대로템이 단순 무기체계가 아닌, AI·무인화·수소 등 미래 첨단기술을 통합한 차세대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이다. 이는 중동 국가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 무기 구매가 아닌 기술 협력과 산업 현지화임을 정확히 간파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6개 바퀴가 모두 엔진, 생존성 극대화한 드론 킬러

HR-셰르파의 핵심은 레이다 기반 드론 탐지·경계·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C-UAS 시스템이다. 최근 전장에서 드론은 정찰부터 직접 타격까지 전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무력화하는 능력이 전술 운용의 성패를 좌우한다. HR-셰르파는 이런 위협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이동형 방어 플랫폼이다.
더 주목할 기술은 6륜 전추진(All-Wheel Drive) 방식이다. 6개 바퀴 모두에 독립적인 추진 장치가 달려 있어, 일부 바퀴가 파손돼도 나머지 바퀴로 기동을 계속할 수 있다.
전장에서 생존성은 곧 작전 지속 능력이다. 적의 공격이나 지형 장애로 일부 구동계가 손상돼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모듈형 설계도 강점이다. C-UAS 외에도 정찰, 통신중계, 물자 수송 등 다목적 운용이 가능하다.
소음 없이 은밀하게, 수소가 바꾸는 전장의 법칙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에서 수소연료전지 기반 무인 모빌리티 플랫폼 ‘블랙 베일’도 해외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 국내 서울 ADEX에서 첫 공개된 이 플랫폼의 핵심은 저소음 기동 능력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 소음으로 위치가 노출되기 쉽지만, 수소연료전지는 소음이 거의 없어 은밀한 침투 작전이나 정찰 임무에 최적이다.
완전 개방형 적재 공간도 장점이다. 탑재 장비에 따라 군사용뿐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재난 구조, 국경 감시, 원격 물자 수송 등 평화 시에도 쓸모가 크다. 이는 방산과 민수의 경계를 허무는 ‘듀얼 유즈(Dual-Use)’ 전략의 전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소 동력과 무인화 기술의 결합은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라며 “특히 중동처럼 넓은 작전 지역과 극한 환경에서 장시간 작전이 필요한 곳에서 수소 플랫폼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패키지로 승부하는 한국 방산, 중동 시장 정조준
이번 WDS 2026에서 한국 기업들은 개별 무기체계가 아닌 통합 솔루션을 앞세웠다.

한화는 677㎡ 규모의 역대 최대 부스를 마련하고 AI 표적 인식 배회형 정밀유도무기(L-PGW)를 최초 공개했으며,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잠수함의 건조·정비·운영을 포함한 토탈 패키지를 제시했다. LIG넥스원은 천궁·L-SAM·신궁을 중심으로 한 다층 방공 통합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는 사우디의 ‘비전 2030’에 부응하는 전략이다. 사우디는 단순 무기 수입이 아니라 자국 내 방산 생태계 구축을 원한다. 한국 기업들은 기술 이전, 현지 생산, 공동 개발 등을 패키지로 제안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올해 말레이시아 DSA(4월), 프랑스 Eurosatory(6월), 폴란드 MSPO(9월), 미국 AUSA(10월) 등 주요 방산 전시회에 통합 참가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이 WDS 2026에서 선보인 HR-셰르파와 블랙 베일은 단순한 신제품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AI, 무인화, 수소라는 미래 기술을 실전 플랫폼에 통합하고, 이를 100조원 규모의 중동 시장 공략에 활용한다는 전략이 명확히 드러났다.
미래 전장은 더 이상 화력과 기동력만의 싸움이 아니다. 드론을 막고, 소음 없이 움직이며, 기술을 공유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한국 방산이 그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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