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현행 3.50~3.75%로 동결했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위험을 동시에 키우며 연준의 정책 선택지를 급격히 좁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18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103달러로, 전쟁 발발 직전 대비 40% 이상 급등한 상태다. 세계 원유 해상운송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사실상 차단된 결과다.
이번 동결 결정은 FOMC 투표권을 가진 12명 위원 중 11명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1월 회의에서 인하 의견을 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도 이번에는 동결 쪽으로 돌아섰다.
유가 급등이 쏘아올린 인플레·침체 ‘이중 위협’

연준의 통화정책 준거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월 근원 기준 3.1%로, 연준 목표치(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여기에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7% 급등하며 전쟁 발발 이전부터 이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고조되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성장 지표도 심상치 않다. 작년 4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0.7%로, 3분기(4.4%)에서 수직 낙하했다. 2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9만 2천 명 감소해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연준 딜레마 심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물가가 관세, 이제는 전쟁 탓에 상승하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 유지될 경우 미국과 세계 경제 성장률 모두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를 더 위축시키고,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구조적 딜레마가 연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불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본 인플레이션 지표가 3%를 웃돌며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표를 행사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용인한다는 신호”라며 “논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금리선물 시장 “연내 인하 없을 수도”…의장 교체 변수도

금융시장의 전망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한 달 전 38%에서 현재 81%로 급등했다.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한 달 전 69%에서 23%로 급락했다.
연말까지 단 한 차례도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확률도 한 달 전 5%에서 현재 약 36%로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상반기는 물론 연내 인하조차 어렵다는 관측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여기에 연준 의장 교체 변수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미 법무부가 파월 현 의장을 겨냥한 수사를 지속하는 가운데 톰 틸리스 상원의원이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의 인준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파월 의장의 임기(5월 15일)가 만료된 이후에도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