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자국 시장 내에서 중국산 기술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리기 위한 초강경 압박에 돌입했다.
단순한 무역 관세 부과나 특정 통신 장비 수입 금지를 넘어, 기기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행정 인증 단계와 인프라의 핵심인 데이터센터까지 퇴출하는 전방위적 봉쇄 전략이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30일 중국과 홍콩에 위치한 모든 전자기기 시험소의 인증 자격을 박탈하고, 중국 3대 국영 통신사의 미국 내 데이터센터 운영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41조 원 인증 시장 붕괴와 가격 인상 폭풍
양국 간의 기술 패권 전쟁은 거시적 제재를 넘어 실물 경제의 턱밑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과거 안보 위협을 이유로 차이나텔레콤 등 중국 국영 통신사들의 미국 내 통신 사업 면허를 대거 취소한 바 있다.
이번 FCC의 조치는 기존의 면허 취소 수준을 넘어, 미국 땅에 존재하는 중국의 데이터 처리 거점(데이터센터) 자체를 완전히 뽑아버리겠다는 노골적인 선전포고다.
시장의 가장 큰 충격파는 126곳에 달하는 중국 내 전자기기 시험소의 폐쇄 위기에서 비롯된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전자기기의 무려 75%가 중국 내 시험소에서 FCC 안전 인증을 통과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약 41조 원(28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글로벌 제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만이나 미국 본토의 대체 시험소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에서는 인프라 재편 과정에서 기기 인증 비용이 적게는 5%에서 최대 3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불어난 원가가 결국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매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것이라는 짙은 우려가 나온다.
‘중국 묻으면 퇴출’ 쪼개지는 글로벌 통신망
비용 폭등보다 더 치명적인 변수는 전 세계를 둘로 쪼개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분절화 현상이다.
FCC는 이번 규제와 함께 국가 안보 위협 명단인 이른바 ‘커버드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과의 모든 통신망 상호 연결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과거에는 장비의 출처나 국적에 상관없이 전 세계의 통신망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단일한 글로벌 네트워크 생태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새로운 제재가 시행되면 화웨이나 ZTE 등 제재 대상에 오른 중국산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제3국의 통신사조차 미국 통신망 접속이 가차 없이 차단되는 완전히 분절된 양극화 생태계로 재편된다.
이는 전 세계 통신사들을 향해 미국 시장에 접속하고 싶다면 당장 통신망에서 중국산 장비를 걷어내라는 강력하고도 명확한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다.
중국 대사관 측은 즉각 국가 권력의 남용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미국 정부는 통신망 보호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어 쪼개진 기술 패권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