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이병철 돌아온 줄”…선대 회장 빼닮은 ‘애민정신’에 전 세계도 ‘감탄’

대미 협상 직후 5500억달러, 재계의 ‘안방 회귀’ 선언
미국·한국 사이 자본 이동, 재벌의 정교한 균형 전략 부상
국내 거점 재평가 속 거대 투자, 현실 효과는 지켜볼 대목

한국 주요 그룹이 대미 무역 협상 타결 직후 5500억 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안방’ 중심의 성장 전략을 재확인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투자 규모를 넘어 그 시점과 형식이 해외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과의 관세 리스크가 해소된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대통령실에 집결해 내놓은 합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국내 투자 확대 요청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무역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걷혔다”고 화답한 장면은, 정책의 결정과 기업의 이행이 한자리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한국 특유의 민관 협력 모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주요 외신에 타전됐다.

대미 3500억 달러 후 더 큰 ‘역회전’… 해외가 본 자본의 흐름

해외 언론이 포착한 또 다른 핵심은 한미 양국을 오가는 거대 자금의 흐름이다. 불과 며칠 전 미국 측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확대를 약속했던 한국 기업들이, 곧바로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자본을 국내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와 CNBC 등 주요 경제지는 이번 발표를 두고,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생산을 넓히면서도 핵심 전략 산업의 중심축은 여전히 한국에 두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실리를 조정하려는 정교한 균형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경제가 걸어온 역사적 궤적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1970년대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중화학 공업을 육성했던 경험, 그리고 외환위기 당시 온 국민이 금을 모아 경제 주권을 지켜냈던 집단적 기억은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이번 대규모 국내 투자는 단순한 경영상의 판단을 넘어, 대외적 위기 앞에서 내부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한국식 경제 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한 약속의 현실 시험대… 변수 속에서 드러날 진짜 효과

재계의 판단 배경에는 냉철한 실리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의 반도체·배터리 보조금 정책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인재와 설비, 촘촘한 공급망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국내 생산 거점의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에 정부가 제시한 규제 정비와 AI·반도체 인프라 지원 약속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결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기폭제가 되었다. 이번 발표가 정치, 경제, 사회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교차하며 도출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천문학적인 약속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과 한국 간의 투자 유치 경쟁, 그리고 여전히 유동적인 글로벌 공급망 환경은 변수로 남아 있다.

거창한 청사진이 실제 경제 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추진 과정을 차분하고 면밀하게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