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에 투자 서적 몰입한 소년의 놀라운 여정
94세 버핏, 60년 만에 CEO 자리 내려놓으며
“90대 들어 노화 실감, 후계자가 나보다 뛰어나”

“나는 90세가 될 때까지는 뭔가 이상한 이유로 나이를 느끼지 못했다”
세계적 투자자 워런 버핏(94)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고백이다.
10살 때 오마하 도서관의 투자 관련 책을 모두 읽었던 소년은 60년간 버크셔 해서웨이를 이끌며 전설이 됐지만, 결국 시간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버핏은 내년 1월 1일부터 그레그 에이블(62)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다.
지난 5월 초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깜짝 은퇴 발표의 배경에는 노화에 따른 솔직한 자기 인식이 자리하고 있었다.
10대 소년의 비범한 시작, 평생의 투자 철학 탄생
버핏의 전설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됐다. 1930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난 그는 6살 때부터 껌을 팔기 시작했고, 코카콜라, 골프공, 팝콘 판매와 신문 배달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놀랍게도 11살에 생애 첫 주식을 구입했고, 15살 무렵에는 신문 배달과 소작농 운영으로 모은 2,000달러로 네브래스카 농지에 투자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그의 지식 탐구 열정이다. 8살부터 주식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한 버핏은 10살이 되던 해에 오마하 도서관의 투자 관련 책을 전부 읽어 치웠다고 한다.
이렇게 쌓은 지식은 후에 그의 투자 철학의 기반이 됐다. 11살 때 첫 주식 투자에서 버핏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가 산 시티즈 서비스 우선주 6주가 잠시 오르자 서둘러 팔았는데, 이후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 경험은 그에게 ‘장기투자’와 ‘인내’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그레그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후임에 대한 확신

버핏이 이달 초 은퇴를 발표할 때 특별한 ‘마법의 순간’은 없었다고 한다. 대신 그는 점차 균형을 잃거나 사람들의 이름을 떠올리기 어려워지고, 신문 글자가 흐릿해지는 등의 변화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 결정적이었던 것은 후계자 에이블에 대한 신뢰였다. “그가 하루 10시간 동안 해내는 일의 양과 내가 같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고 버핏은 설명했다.
그는 “에이블이 일 처리와 경영 변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는 모든 면에서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버크셔가 그레그와 함께할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좋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그레그를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라며 후임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월가에서는 버핏이 사망할 때까지 CEO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자신은 “내가 CEO 일에 다른 누구보다 더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전설의 마지막 페이지, 그러나 완전한 은퇴는 아니다
버핏은 은퇴 후에도 버크셔 이사회 회장으로 남을 예정이다. 건강에 대해서는 “매일 기분이 좋다는 점에서 괜찮다”며 “집에 앉아서 연속극을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에도 오마하 사무실에 계속 출근할 계획이다. 특히 그는 투자자로서의 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고 자신했다.

“나는 시장에 패닉이 오면 쓸모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거나 모든 이들이 겁을 먹을 때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10살 때 도서관 책을 모두 읽은 소년이 일군 거대 금융 제국, 이제 94세의 거장은 자신의 마지막 대형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모든 것을 움켜쥐지 않고 내려놓는 지혜였다.
버핏의 마지막 투자 교훈은 어쩌면 ‘적절한 타이밍에 내려놓는 용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