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값 67% 폭등시킨 주범은 담합… 제당 3사 ‘철퇴’
짬짜미로 3조 매출 챙길 때, 자영업자·소비자는 피눈물
벌금 물고도 또 ‘상습 범죄’… 먹거리 물가 전반 점검

“마진이 자꾸 떨어져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서울 시내 한 제과점 대표의 하소연이다.
한 달에 120kg씩 쓰는 설탕 가격이 치솟으면서 케이크 한 판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격 폭등 뒤에는 충격적인 진실이 숨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국내 설탕 시장 점유율 90%를 장악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3사에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4년 넘게 8차례에 걸쳐 설탕 가격을 조직적으로 담합해온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업체당 평균 부과액은 1,361억 원으로, 담합 사건 제재 사상 최대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지난 2007년에도 동일한 불법행위로 511억 원의 과징금을 물고도 또다시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다.
심지어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뒤에도 한동안 담합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나 ‘상습적 범죄 행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표부터 실무진까지… “짬짜미” 조직적 담합
공정위 조사 결과, 제당 3사는 대표급부터 실무진까지 직급별로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세밀하게 조율해왔다.
특히 원당(설탕의 주원료) 가격이 오르면 즉각 판매가에 반영했지만, 반대로 원당 가격이 내리면 인하 폭을 줄이거나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겼다.

대형 거래처에 대한 공동 압박은 악질적이었다. 가격 인상을 거부하면 3사가 공급을 제한했고, 1위 업체를 중심으로 담합을 조직화했다. 이 수법으로 제당 3사는 총 3조 2,88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설탕값 66.7% 폭등… 제과점·소비자 ‘이중고’
담합의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검찰 수사 결과 담합 기간 설탕 가격은 최대 66.7%나 폭등했다. 한 제과점 대표는 “처음엔 6~7%씩 오르더니 계속 상승해서 마진율이 곤두박질쳤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제과·음료 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제품 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리면서 최종 소비자 물가 부담도 가중됐다.
과징금 부과 기준율 15%가 적용된 이번 사건에서 CJ제일제당은 1,507억 원, 삼양사는 1,303억 원, 대한제당은 1,274억 원을 각각 납부하게 됐다.
“진입장벽 악용한 악질”… 공정위, 지속 감시 예고

주병기 공정위 위원장은 “설탕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독과점 시장인데,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악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설탕 시장에 대해 가격 변경 현황 보고 명령 등을 통해 향후 가격 추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다른 필수 식품 분야의 담합 의혹도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공정위 발표 직후 사과문과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하지만 2007년 처벌 이후 다시 같은 불법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장 개선이 이뤄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설탕 산업 경쟁 시장으로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