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세전쟁 속 한미 전략적 산업협력 기회
조선·방산, 에너지, AI·반도체 분야 협력 확대
전문가들 “한국 생산력+미국 기술력=윈윈 전략”

글로벌 무역환경이 얼어붙고 있지만, 한국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세계적인 관세 보복전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미 전문가들은 조선·방산, 에너지, 인공지능(AI)·반도체 분야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한국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위기 속 발견한 전략적 협력 기회
1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양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이날 행사에는 최중경 한미협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 등 120여 명이 참석해 현안을 논의했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의 뛰어난 생산 역량과 미국의 최첨단 기술력이 만나면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을 단순한 안보·외교 파트너가 아닌 경제·산업 분야의 핵심 협력국으로 인식할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한미 양국 관계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실질적 협상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주요 과제인 무역적자 해소와 미국 내 제조역량 강화는 결국 양국 간 전략적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산업 협력을 통해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방산에서 에너지까지, 협력의 지평 확대

조선·방산 분야의 전문가들은 미국 해군 함정의 노후화와 미국 내 건조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유지·보수·정비(MRO)와 함정 건조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헤리티지재단의 로버트 피터스 선임연구원은 “한국과의 MRO 협력은 전시에 미 해군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도 한국에서 신속하게 전투함을 수리할 수 있는 이점과 더불어, 평시에는 미국 내 조선소의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더 나아가 “건조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려면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화물은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으로만 운송하도록 규정한 존스법의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HD현대중공업 정우만 상무는 “미 해군이 향후 30년 동안 364척의 신규 함정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은 현재 미국의 조선 역량을 감안할 때 매우 도전적인 목표”라며
“한국이 미국 함정의 MRO 지원을 강화하고 건조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간다면 미 해군의 전투준비태세를 크게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와 원전 협력 강화가 유력한 협력 방안으로 제시됐다.
서울과학기술대 유승훈 교수는 “현재 미국 LNG 시장은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면서 “한국이 미국에게 중요한 에너지 수출 대상국인 만큼, 수입량을 대폭 늘리는 대신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마크 메네즈 미국에너지협회 회장은 “한국은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대미 무역흑자 완화라는 과제도 있는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는 상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올해 초 체결된 원자력 협력 업무협약(MOU)을 계기로 양국의 원전 수출과 기술 협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원자력이 한미 공동 에너지 전략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반도체, 한미 협력의 신(新)성장 동력

AI·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AI 기반 모델 협력과 응용 서비스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CG의 김창욱 MD파트너는 “미국이 개발한 선도적 AI 모델을 한국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력 체계가 필수적”이라며
“그 대가로 글로벌 AI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설비투자 비용을 분담하거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임대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초르젬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미국의 ‘AI 확산 규칙’ 하에서 미국산 AI 반도체 수입에 제한을 받지 않는 소수의 국가 중 하나”라며 “규제의 틀에 묶인 중국, 인도 등과 비교해 한국은 상당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이크 예 아시아 총괄대표는 “한국은 AI 학습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주요 공급국”이라면서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과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AI 기술의 확산과 실제 적용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행사를 마무리하며 “LNG와 조선, 항공우주,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한 한미 간 산업 협력 확대는 지속 가능한 통상 환경 조성과 함께 추진되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비관세장벽 해소와 실질적인 규제개혁이 양국 간 무역의 잠재력을 최대화하고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을 뒷받침할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산업 협력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강점을 결합한 윈-윈 전략이 향후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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