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타트업 투자금 5조6천억…세계 평균 8배
‘지식·전략·자금’ 삼박자, 창업도시 8위 견인
AI 핵심기술은 약점…서울, 기술허브 도약 과제

서울이 ‘가능성의 변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세계 창업 지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기관 ‘스타트업 지놈’이 발표한 순위에서 뉴욕, 런던, 베이징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창업하기 좋은 도시’ 세계 8위에 등극한 것이다.
아시아의 맹주로 꼽히던 싱가포르(9위)와 도쿄(11위)마저 따돌린 역대 최고 성적이다.
‘5조 투자’가 만든 기회의 흐름… 서울은 지금 자금의 블루오션
이 극적인 도약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자금’, ‘인재’, 그리고 ‘전략’이라는 세 개의 강력한 축에 있다.

우선 서울은 ‘자금 조달’ 부문에서 10점 만점을 받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서울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2022년 하반기부터 2년여 동안 유치한 투자금은 무려 5조 6천억 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평균의 8배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규모로, 반짝이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도 사업화의 기회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자금 생태계’가 서울에 활짝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서울시가 설계한 5조 원 규모의 ‘서울 비전2030 펀드’가 민간 투자의 물꼬를 트는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탄탄한 자금줄이 ‘연료’라면, 혁신을 만들어내는 ‘엔진’은 단연 우수한 인재와 기술력이다.
‘지식 축적’ 부문 역시 만점을 기록한 배경이다.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인 R&D 투자와 깊이 있는 인재 풀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산이다.
특히 서울시가 AI, 바이오, 로봇 등 6대 신성장 산업에 집중 투자한 R&D 사업은 최근 5년간 6,400억 원에 육박하는 누적 매출과 6천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원’이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데이터로 설계한 성장 지도… 서울, 전략으로 세계를 설득하다
여기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서울의 접근법이 단순히 돈과 사람을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부터 스타트업 지놈과 손잡고 생태계의 강점과 약점을 데이터로 정밀 분석해 온 서울시는, 이를 바탕으로 정책의 ‘영점’을 꾸준히 조정해왔다.
이처럼 치밀하게 짜인 밑그림 위에서 펼쳐진 전략적 지원이 불과 4년 만에 생태계 전체 가치를 6배나 키워낸 진짜 동력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평가에서 ‘AI 중심 전환’ 항목의 점수가 유독 낮았던 점은 서울이 풀어야 할 숙제다.
AI 기술을 서비스에 ‘활용’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기술 자체를 개발하는 ‘코어 AI’ 스타트업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진정한 ‘기술 허브’로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퍼즐인 셈이다.

그럼에도 서울이 써 내려가는 성장 서사는 분명 놀랍다. 민간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공공의 정교한 전략이 만나 일으킨 강력##한 시너지는 서울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창업 도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세계의 혁신가들이 이제 서울을 주목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의 문이 바로 이곳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