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메탈 배터리의 치명적 약점을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에너지 밀도는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1.6배 높지만 수명이 짧아 상용화가 불가능했던 리튬메탈 배터리를, 새로운 전해질 기술로 안정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이다.
삼성SDI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리튬메탈 배터리의 수명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겔 고분자 전해질 조성 개발에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에너지 분야 학술지 ‘줄(Joule)’ 최신호에 게재되며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검증받았다.
주행거리 1.6배, 그러나 수십 번만 충전 가능했던 한계

리튬메탈 배터리는 현존하는 배터리 기술 중 에너지 밀도가 가장 높다. 같은 무게의 배터리팩으로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대비 1.6배 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500km를 달리던 전기차가 800km를 주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충·방전 가능 횟수가 수십 회에 불과해 실제 전기차에 탑재할 수 없었다.
배터리 충전 시 음극 표면에 리튬이 불규칙하게 쌓이며 형성되는 ‘덴드라이트(수지상 결정체)’ 때문이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용량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심하면 내부 단락으로 화재·폭발 위험까지 초래한다.
불소 기반 겔 전해질로 덴드라이트 원천 차단
삼성SDI와 컬럼비아대 공동연구팀은 불소 성분을 활용한 겔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해 이 문제를 돌파했다. 겔 고분자 전해질이 음극 표면에 안정적인 보호막을 형성하면서 덴드라이트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원리다.

연구를 주도한 이승우 삼성SDI 부사장과 김용석 미국 연구소장, 위안 양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한미 산학협력의 성공 사례로도 평가받는다
주용락 삼성SDI 연구소장은 “기존에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리튬메탈 배터리의 안전성을 개선한 기술이 학술적으로 검증받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와의 투트랙, K-배터리 경쟁력 강화
삼성SDI를 포함한 K-배터리 업계는 현재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배터리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5년 4분기 삼성SDI 배터리 매출은 3조 6,220억 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중국산 저가 배터리의 공세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세대 기술 확보가 생존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는 이번 연구 성과를 배터리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평가한다. 위안 양 교수는 “이번 연구로 차세대 배터리의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밝혔다.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장거리 주행이 필요한 프리미엄 전기차, 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응용 범위도 광범위할 전망이다.
삼성SDI는 2026년 헝가리 4680 배터리 라인과 미국 LFP ESS 라인 투자를 예정하고 있어,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의 실제 양산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