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오는 9월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다.
수에즈 운하보다 운송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꿈의 항로’지만, 러시아 영해 통과가 필수인 만큼 국제 제재 환경 속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가 관건이다.
16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 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항하는 북극항로 개척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시범운항은 단순 화물 수송을 넘어, 향후 이차전지·자동차·농수산물 등 주요 수출품의 물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제재의 벽, 러시아가 쥔 ‘통행증’

북극항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러시아다. 핵심 구간인 북동항로가 러시아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통과하는 만큼, 운항 허가부터 안전 조건까지 모두 러시아 당국과 협의해야 한다. 여름철 해빙기에는 쇄빙선 없이도 운항이 가능하지만, 절차상 러시아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는 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남재헌 해수부 북극항로추진본부장은 “미국과 EU의 제재 기조, 북극을 둘러싼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며 “러시아 제재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협력 제안’과 외교 줄타기

주목할 점은 러시아 측의 움직임이다. 지난 8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북극항로 개발 계획에는 러시아 북극 지역에서 항해와 해양 안전 문제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며 “러시아와 협력하지 않고서는 실행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극항로에 대한 건설적인 대화에 준비돼 있다”며 협력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는 상반기 중 러시아 당국과의 협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제 제재 위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항 방식과 시기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외교가에서는 한국이 미국·EU와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극항로 진입을 위한 실리를 챙겨야 하는 복잡한 외교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한다.
‘플랜 B’ 가동…북서항로 카드

정부는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복수 노선 전략을 병행한다. 북동항로 외에 캐나다와 알래스카 인근을 통과하는 북서항로도 함께 검토 중이다. 북서항로는 러시아 영해를 우회할 수 있어 제재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항로 개척이 덜 돼 있고 기상 조건이 까다로운 단점이 있다.
해수부는 오는 4~5월 해운협회를 통해 시범운항에 참여할 선사를 모집할 예정이다. 선사와 화주, 보험, 인력 양성 등 산업 생태계 조성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남 본부장은 “지금 단계에서 북극항로는 수익 사업이라기보다 경험과 기반을 쌓는 과정”이라며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항로 안정성과 비용 구조, 화주 수요를 점검하고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을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제재 환경 속에서도 가능한 범위부터 경험을 축적해야 기회가 왔을 때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