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합천군이 관리의사 채용 공고에서 일당 100만원, 월 환산 2,000만원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지만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대다수 직장인에게는 ‘꿈의 숫자’지만, 정작 의사들은 이 제안을 외면하고 있다. 서울시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에 고령화율 40%의 주민들이 살고 있지만, 오는 4월이면 현재 복무 중인 공보의 27명 중 17명이 동시에 떠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유일의 삼성합천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전문의 2명이 계약 만료 후 후임을 구하지 못해 필수의료 진공 상태가 되었다. 합천군은 올해 초 일당 60만원으로 첫 공고를 냈지만 반응이 전무하자 2·3차 공고에서 100만원까지 올렸다. 그나마 들어온 문의 전화의 대부분은 70대 고령 의사들이었다.
공보의 제도의 구조적 붕괴

합천군의 위기는 전국적 현상의 축소판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공보의 수는 2020년 1,309명에서 2025년 738명으로 4년 사이 43% 급감했다. 일반 사병의 복무 기간이 18개월인 데 비해 공보의는 37개월로 2배 이상 길다 보니, 젊은 의사들이 현역 입대를 선택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다.
2024년 의정 갈등 당시 의대생들의 대규모 휴학은 신규 의사 배출을 지연시켰고, 이는 곧 공보의 ‘공급 절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합천군은 경남도로부터 올해 신규 공보의 배정이 예년보다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단순히 행정구역별로 나누는 현행 배치 방식이 면적·인구수·고령화율 같은 실질 의료 수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회비용 계산에 무력해진 파격 조건

의사들이 월 2,000만원을 외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무사들은 “대도시에서 누리는 교육·문화 인프라와 삶의 질을 금전화하면 실질 가치가 급격히 줄어든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협진 체계가 전무한 상황에서 의료 사고 발생 시 모든 법적 책임을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는 리스크도 크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24시간 대기 근무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합천군은 “예진과 만성질환 위주라 업무 강도가 낮고, 별도 응급의료기관이 있어 퇴근 후 콜 위험도 희박하다”며 우려가 과장됐다고 해명한다. 또 상급 종합병원과의 협진 체계 강화, 비대면·순회 진료 활성화 등 대안을 마련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 차원의 근본 대책 절실

지역사회에서는 복무 기간 단축, 의료 취약 지표를 반영한 공보의 재배치, 농촌 의료 인프라에 대한 체계적 투자 등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합천군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거대한 구조적 결함을 메우기 역부족”이라며 “정부의 근본 대책이 병행돼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 2,000만원도 메우지 못하는 합천군의 의료 공백은 단순한 인력난이 아니다. 공보의 제도의 구조적 한계와 의정 갈등의 후폭풍, 도농 격차가 중첩된 복합 위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파격적 조건이 아니라, 농촌 의료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정부의 의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