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 감시망 뚫고 허위 대출…신한은행, 즉각 고소
“반복되는 금융사고, 솜방망이 처벌 때문” 비판도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이러니 더 이상 못 믿겠어요“
고객의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할 은행에서 직원이 17억 원을 횡령하고 잠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계속되는 금융사고에 은행들의 허술한 내부 통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7억 원 빼돌리고 잠적”… 신한은행 직원 또 횡령

신한은행은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총 17억720만6000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이 내부 감시 시스템을 통해 해당 직원의 금융 거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적발됐다.
횡령 기간은 2021년 12월 17일부터 2023년 7월 2일까지로, 약 1년 7개월간 이루어졌다. 해당 직원은 서울 강남권의 한 지점에서 수출입 무역 업무를 담당하며, 기업 고객의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횡령 사실을 인지하기 전, 해당 직원은 퇴직 의사를 밝혔고 현재 잠적한 상태다. 은행 측은 경찰에 즉각 고소했으며, 금융감독원에도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이번 사건이 금융사고로 공식 판단될 경우, 금감원의 긴급 검사나 추가 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은행권 비리, 끝이 없다… 반복되는 횡령·부당대출 논란

이번 신한은행 횡령 사건은 올해 두 번째 금융 사고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외부인의 사기로 약 20억 원이 부정 대출된 사건을 공시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세종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 사기와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문제는 신한은행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최근 실시한 은행권 검사 결과, 대규모 부당대출과 비리가 속속 드러나며 은행권 전체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국민·NH농협은행에서만 총 3875억 원(482건)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확인됐다.
특히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게 730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내준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밝혀진 350억 원보다 380억 원이 더 늘어난 규모다.
금감원, 은행장 소집… “조직문화 쇄신 없으면 금융사고 계속될 것”

계속 반복되는 금융 사고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은행장 간담회에서 “고위 임원진까지 연루되는 금융사고가 재발하고 있다”며 “조직문화를 과감히 쇄신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권의 내부통제 실패가 금융사고를 키우고 있다”며 “철저한 검사와 강력한 징계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금융 비리가 매년 반복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임직원들은 몇 년 뒤 다시 금융권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 “사고 터질 때마다 조사하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금융권 내부 개혁의 필요성이 다시금 화두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