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년 만에 “수조원 초대박”…삼성과도 손 잡더니, 결국 ‘돈벼락’ 터졌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20개월 만에 기업가치 2배
Arm이 첫 아시아 투자자로 참여, 글로벌 기대 집중
국산 ‘두뇌 칩’ 상용화, 한국 AI 주권의 신호탄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불과 2년 만에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9월 시리즈C 투자에서 3천400억 원을 새로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은 6천400억 원, 기업가치는 1조9천억 원에 도달했다.

2020년 9월 설립된 리벨리온은 불과 5년 만에 한국 반도체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 궤도를 그렸다. 지난해 초 8천억 원대였던 몸값이 20개월 만에 2조 원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커졌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속도다.

Arm이 선택한 한국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이유 있는 자신감

리벨리온은 AI 연산을 처리하는 반도체, 이른바 ‘두뇌 칩’을 설계한다. 그동안 엔비디아가 장악해온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독자 기술로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이번 투자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아시아 스타트업 가운데 처음으로 참여했다. 저전력 칩 아키텍처로 유명한 Arm이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리벨리온이 추구하는 ‘고성능·저전력’ 방향성이 Arm의 비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리벨리온의 핵심은 ‘추론용 AI 반도체’다. 이미 학습된 인공지능이 실제로 답을 내는 과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돕는 기술이다.

대표 제품 ‘리벨쿼드’는 칩렛 구조와 HBM3E 메모리를 탑재해 속도와 전력 효율을 모두 높였다.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의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인다.

국내에서는 KT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리벨리온 칩이 실제 적용되며 상용화의 첫 발을 뗐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삼성전자, ARM과 협력해 차세대 AI CPU 칩렛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며 기술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국산 칩으로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단순한 기술 성공을 넘어, 한국의 ‘AI 주권’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된 셈이다.

메모리 강국에서 시스템 강국으로, 리벨리온이 잇는 반도체의 퍼즐

리벨리온의 부상은 산업 전반에도 의미가 깊다. AI 반도체 설계력만 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일부 팀에 견줄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전반적 규모는 다르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기술을 가진 SK하이닉스, 첨단 패키징 역량의 삼성전자와 손잡는다면 한국은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를 동시에 품은 독보적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칩렛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바로 이런 연결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여전히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인 CUDA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리벨리온이 개발자 친화적 환경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대형 고객사 확보 없이는 글로벌 무대에서 실질적 입지를 다지기 어렵다.

리벨리온의 성장은 한국 기술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자본과 기술, 인재가 모이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제 2조 원 문턱에 선 리벨리온이 어떤 길을 걸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