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 장사 논란에 정부 대책 발표
역대 최대 11조8천억원 서민금융 확대
은행 출연요율 인상, 서민 부담 우려

“서민 지원 확대 위해 은행 출연요율을 0.035%에서 0.06%로 높이겠습니다.”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 확대안에 담긴 이 문구가 역설적으로 서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연요율이란 금융사가 가계대출금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금액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야 하는 비율을 뜻한다.
출연요율이 오를수록 금융사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커지며, 이 비용이 대출금리 인상이나 예금금리 인하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한 은행이 1조 원을 대출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출연요율(0.035%)에서는 출연금 35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출연요율이 0.06%로 인상되면, 은행의 출연 부담은 60억 원으로 증가한다.

출연 부담이 늘어나면, 은행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예금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출연요율이 상승하면 은행들의 추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며 “서민금융 지원 확대라는 정책적 목적이 오히려 서민들의 금융 비용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급증한 채무와 고금리로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서민층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어쩌면 돌고 돌아 서민의 주머니를 또 한 번 옥죄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이자 장사” 논란과 정부의 대응

실제로 최근 들어 은행들의 ‘이자 장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는 방식으로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을 극대화한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은행의 행태는 서민과 중소기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는 “은행은 공공성을 지닌 금융기관으로서 경제 안정과 서민 지원에 기여해야 함에도 과도한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8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조속한 민생안정을 위한 서민금융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정책서민금융 지원 규모를 당초 계획인 10조 8000억 원에서 1조 원 늘려 역대 최대인 11조 8000억 원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서민금융 지원 확대, 어떻게 바뀌나

최상목 권한대행은 “서민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정책서민금융을 당초보다 1조 원 확대해 공급하겠다”며 “특히 저신용층과 영세 소상공인, 미취업 청년들의 금융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정책 서민금융상품인 근로자햇살론과 햇살론15,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등을 상반기 중 60%까지 조기 공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공급액을 작년 1000억 원에서 올해 2000억 원으로 두 배 확대하고, 최초 대출 한도도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높인다.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를 위한 ‘사업자 햇살론’은 기존 1500억 원에서 최대 3000억 원으로, 청년층 대상 ‘햇살론 유스’도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대폭 늘린다. 민간 중금리 대출도 지난해 33조 원에서 올해 36조 8000억 원으로 확대를 유도한다.
정책서민금융 이용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징검다리론’도 전면 개편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자체 심사를 통해 검증된 이용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꿔 이용자들의 신용등급 개선을 촉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