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중고차 수출 역대 최고 기록
1분기에만 16만6천대로 전년 대비 52% 증가
요르단·튀르키예 등 중동 국가 수요 급증

“도로가 엉망인 우리나라에선 한국 차만한 게 없어요. 타도 타도 고장이 안 난다.” 한국 중고차에 대한 좋은 인식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중고차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2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천항에서 수출된 중고차는 총 16만6천대로,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1분기 10만9천대보다 무려 52%나 증가한 수치다.
국내 중고차 수출의 80%를 담당하는 인천항이 보여준 이 놀라운 성과는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전 종식과 물류비 하락이 불러온 중고차 수출 호황
올해 1분기 국가별 수출 증가율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요르단 274%, 튀르키예 202%, 키르기스스탄 101%, 아랍에미리트 77%, 리비아 71% 등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인천항만공사는 이러한 급증세의 배경으로 지난해 12월 시리아 내전 종식 이후 현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전쟁이 끝나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이동 수단입니다.”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시리아의 수입 경유지 역할을 하는 튀르키예, 요르단, 아랍에미리트로의 수출 물량이 대폭 증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국가를 통해 시리아로 들어가는 한국 중고차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또 다른 호재는 물류비 하락이다. 컨테이너 해상 운임이 20피트 컨테이너 기준으로 2022년 최고 6천800달러에서 올해 4월 기준 2천100달러 수준으로 크게 내려갔다. 인천항만공사는 이러한 운임 하락이 중고차 수출 수요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고차 수출업계의 전략적 대응이다. 2021년부터 시작된 자동차 운반선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자, 업계는 컨테이너선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올해 1분기 인천항에서 컨테이너선에 선적된 중고차는 13만대로, 자동차운반선 선적 대수 3만6천대의 무려 3.6배에 달했다. 이처럼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한 결과, 물동량 증가를 이끌어낸 것이다.
“가격 싸고 품질 좋은 한국차, 해외에선 보물이죠”
한국 중고차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과 품질이다. 개발도상국 등 신차 구매가 어려운 국가에서는 저렴하면서도 내구성이 좋은 한국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높다.
“유럽차는 멋지지만 비싸고 고장나면 수리가 어렵다. 하지만 한국차는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품질이 좋고 부품 구하기도 쉽다.” 아프리카 지역으로 수출하는 중고차 관계자의 말이다. 유럽차에 비해 가격이 낮으면서도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전반적으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또한 한국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편의장치와 안전 옵션을 기본으로 탑재하는 경향이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 스마트키, 후방카메라, 풀 오토 에어컨 등 옵션이 풍부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이러한 옵션은 특히 중고차 시장에서 경쟁국 차량 대비 우위를 점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내구성과 정비의 용이성도 중요한 장점이다. 한국 중고차, 특히 현대·기아차는 내구성이 좋고, 부품 수급이 비교적 쉬워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점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주행거리가 길거나 연식이 오래된 차량도 상태만 양호하다면 해외에서는 충분히 가치 있게 여겨진다.
올해 60만대 이상 수출 전망… “한국차 전성시대”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연간 중고차 수출 대수가 60만∼65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역대 최고 실적인 2023년의 50만대보다 더 많은 수치다. 한국 중고차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한 것도 중고차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K-팝 덕분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한국 차도 인기가 생겼다.” 한 중고차 수출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차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가 개선되면서 중고차 시장에서도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는 차고가 높고 튼튼한 SUV, 수동 변속기 차량에 대한 선호가 높은데, 한국 중고차는 SUV, 승용차, 화물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현지 수요에 맞는 차량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에서 인기가 적거나 단종된 차종, 비인기 모델도 해외에서는 오히려 수요가 높아 더 좋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인천항은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가량을 처리하는 무역항으로, 인근 옛 송도유원지 일대에서는 민간 중고차 업체들이 수출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수백 대의 중고차가 세계 각국으로 떠나고 있다.
국내에서 주인을 잃은 중고차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새 생명을 얻으며 한국 자동차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기술력과 품질이 빚어낸 이 놀라운 성과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에도 밝은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