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통제 불능 상황?”…4년 만의 ‘심상찮은 조짐’에 서민들 “이젠 어떡하나”

정부 대책에도 집값 기대 치솟아 4년 만 최고
경기 둔화 속 자산시장만 뜨겁게 달아올라
물가·집값 동반 상승 우려에 불안한 낙관 확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며 연이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체감은 여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의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22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 보는 소비자가 여전히 훨씬 많다는 뜻이다.

정부 대책에도 ‘집값 오른다’는 기대…정책보다 빠른 시장 심리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심리가 빠르게 살아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6·27, 9·7, 10·15 부동산 대책을 연달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조사 시점도 흥미롭다. 응답자의 75%가 설문 첫날인 10월 14일에 답했고, 15일 발표된 정부 대책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수가 치솟았다는 건 시장이 이미 정책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6월 수치였던 120을 넘어섰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나 메시지보다 실제 거래 사례와 부동산 커뮤니티의 흐름이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경제 전반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9.8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하락하며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미·중 무역 갈등과 한미 협상 장기화로 향후 경기 전망 지수가 크게 떨어졌다. 생활형편이나 소비지출 전망은 큰 변화가 없지만,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영향이다. 경제는 둔화되고 있지만 자산 시장만큼은 여전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집값·물가 동반 상승 우려…‘불안한 낙관’이 만든 소비자 심리

물가에 대한 전망도 비슷하다.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6%로 소폭 상승했다.

물가와 집값이 동시에 오를 것이란 인식이 퍼지면, 소비자들의 ‘선제적 소비심리’가 강화돼 시장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잠시 거래가 위축되지만, 곧 다시 기대 심리가 반등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은 정책의 속도를 앞질렀고, 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따라잡지 못한다.

부동산 대책이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안정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또 다른 상승의 전조로 읽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조사 결과는 복잡한 소비자 심리를 그대로 드러낸다. 경기에 대한 불안과 자산 상승 기대가 동시에 존재하며, 이는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정부의 연이은 대응에도 시장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은 불확실한 흐름 속에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신중히 지켜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