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전국적인 차량 부제 운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다각도의 수요 절감 대책을 주문함에 따라, 1991년 걸프전 이후 35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 차량까지 강제하는 운행 제한 조치가 부활할지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다.
“5부제든 10부제든 찾아라”…비상 걸린 정부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노력을 범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자동차 5부제나 10부제 등 강력한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즉각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현행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르면, 국내외 에너지 사정 변동으로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경우 주무 장관이 차량을 포함한 에너지 사용 기자재의 사용 제한을 명령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기후부는 공공기관에만 한정할지 민간 영역까지 범위를 넓힐지, 단순 권고에 그칠지 의무로 강제할지 등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방식을 두고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걸프전 이후 사라진 ‘강제 10부제’의 기억
에너지 위기로 차량 운행을 국가가 통제한 역사는 1970년대 석유파동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구급차 등을 제외한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의 운행과 공휴일 승용차 운행을 전면 금지하는 초강수를 뒀다.
민관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인 차량 부제가 강제된 유일한 사례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약 두 달간 시행됐던 10부제 조치다. 당시에는 위반 시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강력하게 통제했다.

이후 1997년 외환위기 때 홀짝제로 불리는 2부제 시행이 논의됐으나 무산됐고, 2006년 고유가 시대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승용차 요일제가 시행된 바 있으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강제 조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쏟아지는 예외 조항…실효성 거둘 수 있을까
정부가 고심하는 전국 단위 차량 부제의 가장 큰 딜레마는 바로 실효성이다. 막대한 행정력을 동원해 민간 차량 운행을 제한하더라도, 생계나 건강 등 반드시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수많은 예외 상황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거리 출퇴근, 임산부나 유아 동승, 대중교통 소외 지역 등 예외 대상을 거르다 보면 결국 시민들의 극심한 불편만 초래하고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다가 현재 공공기관 요일제조차 미준수 시 주차장 이용 제한 정도의 가벼운 페널티에 그치는 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과태료 등 실질적인 제재의 칼을 빼 드는 것은 정부로서도 엄청난 행정적,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