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제2의 직업? “한숨만 나와요”…우후죽순 생겨나자 ‘날벼락’

프랜차이즈 매출은 올랐지만 경쟁 심화
3억 투자했지만 손님은 반토막
개인 빵집 인기에 프랜차이즈 매출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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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포화 / 출처 : 연합뉴스

“200m 거리에 빵집이 두 개나 더 생겼어요. 매출이 급락했죠.” 수십 년간 한 회사를 다니고 퇴직한 김씨(63)는 새로운 삶을 위해 ‘빵집 창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선택한 프랜차이즈 빵집은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다가왔다. 퇴직금 3억원을 쏟아부은 가게는 이제 팔려고 내놓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영업 뛰어든 베이비부머들의 ‘한숨’

한국 베이비붐 세대 인생 2모작의 가장 큰 특징은 자영업 쏠림 현상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고령자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서, 기업들은 나이 든 사람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조직 분위기를 해친다는 선입견으로 채용을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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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포화 / 출처 : 연합뉴스

퇴직자들도 충분한 노후자금과 연금 혜택이 부족해 낮은 급여의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한다.

특히 노후자금과 자녀 결혼비용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불안감은 많은 퇴직자들을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내몰고 있지만, 최근 프랜차이즈 창업 또한 점차 포화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가맹점 성장세 둔화, 경쟁 심화로 어려움 가중

공정거래위원회가 9일 발표한 ‘2024년 가맹사업 분석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3억5천만원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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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포화 / 출처 : 연합뉴스

그러나 가맹사업 시장의 확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가맹본부 수는 8,802개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고, 가맹점 수는 36만5,014개로 3.4% 늘었다. 직전 연도 증가율이 각각 7.0%, 5.2%였던 것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크게 꺾인 셈이다.

가맹 브랜드 수는 1만2,377개로 전년보다 0.4% 감소했다. 공정위가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제과제빵 업종, 개인 빵집 인기에 큰 타격

업종별로 살펴보면 서비스 분야 매출이 4.6%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도소매(3.5%), 외식(3.0%)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제과제빵 업종은 평균 매출액이 전년보다 34.0%나 감소해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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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포화 / 출처 : 연합뉴스

공정위는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지만, 최근 개성 있는 메뉴를 지역 특성에 맞게 소규모로 제공하는 개인 빵집의 인기가 높아진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식업 중에서는 한식 업종 가맹점이 4만1,353개로 22.9%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치킨(2만9,711개, 16.4%), 커피(2만7,974개, 15.5%), 주점(9,591개, 5.3%), 제과제빵(8,842개, 4.9%)이 뒤를 이었다.

외식업의 개점률은 21.5%로 전년(22.4%)보다 소폭 감소했고, 폐점률은 14.9%로 전년(14.5%)보다 다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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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창업 포화 / 출처 : 연합뉴스

경제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창업은 독립 창업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을 수 있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와 업종별 경쟁 심화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은퇴자들에게 “충분한 시장조사와 자금 계획 없이는 프랜차이즈 창업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개인 빵집 창업도 생각해봤지만, 레시피 개발이나 마케팅을 혼자 감당하기엔 어려워 엄두가 안난다.” 현재 폐업을 고민 중인 60대 가맹점주 박모씨의 말이다. “프랜차이즈는 안정적인 줄 알았는데, 결국 독립 사업자와 다를 바 없는 고충을 겪고 있어요. 아마 다음 직업은 없을 것 같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베이비부머들에게 프랜차이즈 창업이라는 선택지는 이제 더 이상 안전한 도피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와 코로나 이후 소비패턴 변화, 그리고 업종별 경쟁 심화는 은퇴자들의 자영업 도전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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