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만 나와도 모셔갔는데 “꿈 같은 얘기”…무너지는 구직자들, 왜?

20대 상용직 고용률 10%P 급락
생애 소득 3억4천만원으로 13% 감소
구직 포기 땐 평생소득 1억원 증발
경력
기업의 경력직 선호도에 사회 초년생 고용률은 추락 / 출처-연합뉴스

“대학만 졸업하면 기업들이 모셔갔던 시절이 있었다니, 이제는 꿈같은 이야기네요.”

지난달 구직을 포기했다는 김모씨(27)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현재 청년 취업난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지난 4일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이슈노트는 이러한 청년들의 절박한 현실을 수치로 입증했다.

경력직 채용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사회 초년생들의 첫 직장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경험 없는 청년들의 상용직 취업 확률은 경력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력직 선호가 부른 청년 취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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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 / 출처-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고용정보원의 신규 채용 계획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경력직 채용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로 급증했다. 정기 공채가 줄어들고 수시 채용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즉시 전력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대 청년들을 직격했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분석 결과, 20대의 상용직 고용률은 44%에서 34%로 10%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30대는 54%에서 51%로 3%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대와 30대 간 상용직 고용률 격차 17%포인트 중 7%포인트가 경력직 채용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줄어드는 근로기간, 무너지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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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 출처-연합뉴스

첫 취업 시점이 늦어지면서 청년들의 생애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대 사회초년생의 생애 총 근로기간은 21.7년에서 19.7년으로 2년이나 단축됐다.

이는 단순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근로기간 감소는 곧바로 소득 감소로 이어져, 생애 총소득이 3억 9000만원에서 3억 4000만원으로 13.4%나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 큰 문제는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구직 포기 청년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비경력자의 구직 노력이 30% 낮아질 경우, 사회초년생의 생애 근로기간이 18.1년으로 줄어들고 생애 총소득은 3억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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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청년 구직 포기자들 / 출처-연합뉴스

현재와 비교하면 약 1억원의 소득이 증발하는 셈으로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활력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돌파구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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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박람회 / 출처-연합뉴스

한편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경력직 채용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력직 채용 증가는 노동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지만,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학 협력과 체험형 인턴 등 다양한 교육훈련 제도를 통해 청년층 채용 시 발생하는 교육훈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도 경력 개발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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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기업의 지나친 비용절감 요구와 비정규직 양산이 이 파국의 시작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