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방위산업의 판도가 바뀐다. 그동안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형 체계기업이 주도해온 방산 생태계에 스타트업이 본격 진입한다.
정부는 2월 23일 ‘방산 스타트업 육성방안’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방산 참여 스타트업 100개사와 벤처천억기업 30개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AI, 드론, 로봇 등 민간 첨단기술을 무기체계에 빠르게 접목하기 위한 생태계 재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방위사업청은 대통령 주재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의 후속 조치로 이 방안을 마련했으며, 진입·성장·상생이라는 3대 정책 방향을 설정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제조·대기업 위주의 방산 생태계에서 신산업·스타트업도 강한 방산 생태계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부가 단순 지원을 넘어 방산 획득 제도 자체를 혁신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방산 분야는 높은 진입장벽과 폐쇄적 구조로 중소기업의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번 정책은 이 구조적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육·해·공군 참여 ‘방산 스타트업 챌린지’ 신설
정부는 방산 진입 단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참여 문턱’을 낮추는 데 집중한다. 핵심 정책은 육·해·공군과 체계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방산 스타트업 챌린지’ 신설이다.
이 프로그램은 협업 기회를 제공하고 개발 제품에 군 실증시험 지원을 연계해 스타트업이 실전 검증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한다. 참여 기업 모집은 2월 23일부터 시작됐다.

더 파격적인 변화는 드론, 로봇, AI 등 첨단 분야에서 도입되는 ‘공모형 획득 제도’다. 기존에는 군이 요구사항을 정하고 기업이 이에 맞춰 개발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스타트업을 포함한 공급자가 무기체계 성능과 개념 자체를 제안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국방부의 SBIR(Small Business Innovation Research) 프로그램과 유사한 접근으로, 민간 혁신 기술의 군사적 활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인프라 측면에서도 ‘국방 AX 거점’을 통해 군 수요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K-스타트업 종합포털’에서 국방 분야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방산 특화 창업중심대학 신설과 청년창업사관학교-방산전문학교 간 협업도 추진돼 인재 양성 기반도 강화된다.
K-방산 스타트업 허브, 투자부터 수출까지 원스톱
성장 지원 전략은 R&D부터 양산까지 패키지 지원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군과 체계기업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해 기술검증, R&D, 양산을 연계 지원하며, 방산 연구기관 보유 기술의 이전과 사업화도 돕는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K-방산 스타트업 허브’로 지정돼 원스톱 지원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넥스트유니콘 프로젝트 펀드’를 통한 투자 유치와 글로벌 방산기업 연계 수출 프로그램은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방산혁신클러스터는 전국으로 확대되는데, 올해는 특히 반도체·AI 등 첨단 산업과 한미 조선 협력 기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가 집중 육성된다.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클러스터 전략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방산 생태계 다변화를 동시에 노리는 구상이다.
상생수준평가 도입, 대기업 독점 구조 개선
이번 정책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대기업과의 상생협력 체계 구축이다. 정부는 올해 체계기업 15개를 대상으로 ‘방산 분야 상생수준평가’를 실시한다. 우수 기업에는 원가산정, 수출 절충교역 등에서 인센티브를 부여해 대기업의 자발적 협력을 유도한다.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첨단기술 기업을 ‘방산혁신전문기업’으로 지정해 무기체계 개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써 요건 미달 스타트업도 전문 분야 방산 사업에 진출할 길이 열린다.

국산 부품 활용 확대를 위한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도 추진된다. 정부 R&D 성과와 민간 개발품을 무기체계에 우선 적용하는 체계를 마련해 스타트업 기술의 실전 배치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중기부, 방사청, 창업진흥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방산발전추진단’을 가동해 정책 이행을 점검한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방위산업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스타트업과 기존 방산 생태계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서 첨단기술 기반 개방형 생태계로의 전환, 그 성패는 향후 4년간의 실행력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