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쇼핑몰들 매출 급감
쿠팡과 컬리만 독주 행진
양극화 심화로 구조조정 가속

794억 원.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4곳이 올해 2분기에 기록한 영업손실 총액이다. 한때 온라인 시장을 호령했던 G마켓, SSG닷컴, 11번가, 롯데온이 모두 적자의 늪에 빠진 가운데, 업계 1위 쿠팡과 신선식품 전문몰 컬리만 웃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230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철저히 상위 업체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매출 하락과 손실 확대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어 업계 전체가 비상 상황에 놓였다.
전통 강자들의 몰락
17일 업계에 따르면 G마켓의 2분기 매출은 181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8.3% 급감했다. 더 심각한 건 영업손실이다. 76억 원이던 전년 손실이 298억 원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SSG닷컴 역시 비슷한 처지다. 2분기 매출이 3503억 원으로 11.4% 줄어든 가운데 영업손실은 169억 원에서 310억 원으로 83.4% 확대됐다.
11번가는 영업손실을 183억 원에서 102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매출은 1103억 원으로 18.1% 감소했다. 롯데온도 영업손실을 199억 원에서 84억 원으로 줄였으나 매출은 266억 원으로 4.6% 줄었다.
쿠팡과 컬리, 독주 체제 구축
이와는 정반대로 쿠팡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분기 매출이 11조 97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급증하며 12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업이익도 2093억 원을 기록해 전년 적자에서 흑자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특히 쿠팡의 주력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2분기 매출 증가율은 17%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율 1.8%를 월등히 앞서는 수치다.
신선식품 전문몰 컬리도 창립 10년 만에 상반기 흑자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2분기 매출이 5787억 원으로 7.4% 늘어난 가운데 1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같은 기간 적자에서 완전히 탈출한 것이다.
중국발 저가 공세까지, 설상가상
국내 업체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계 플랫폼들이 초저가 전략으로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이들의 국내 활성 이용자는 각각 830만명과 797만명에 달한다.
중국 플랫폼들은 무료 배송과 간편 결제, 무료 반품 서비스까지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 경쟁까지 치열해지자 중소형 이커머스 업체들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1조 89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에 그쳤다. 2024년 6월의 7.8% 증가율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업체들 간 제로섬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업체의 서비스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결국 규모의 경제가 승부를 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커진 만큼 중소 온라인몰들이 오히려 파이를 빼앗기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업계는 앞으로 쿠팡 같은 종합몰 강자와 컬리처럼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몰 중심으로 시장 재편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바일 쇼핑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환경에서 개인화 서비스와 AI 활용 등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