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세 회피에 美 골머리
다양한 방법으로 관세 회피
무역 전쟁 새로운 국면 예고

“미국 관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중국산 제품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제3국을 경유하며 ‘원산지 둔갑’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제조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무역 전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제3국을 통한 ‘관세 우회’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칭다오하이옌그룹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수납장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2022년 말 말레이시아의 한 창고에서 발견된 목제 수납장 박스들에는 ‘중국산’과 ‘말레이시아산’ 표시가 뒤섞여 있었다.
이는 원산지를 속여 262%에 달하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회피하려 했다는 증거였다.
생산 기지 이전과 원산지 둔갑

중국 기업들의 관세 회피 전략은 수납장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우회 경로로 부상했다.
중국 기업들은 관세 회피를 위해 생산 기지를 동남아시아로 옮기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등지에 새 공장을 세우고 원자재를 들여와 제품을 조립한 뒤 ‘현지산’으로 표기해 수출하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은 주방 수납장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 매트리스 등 다양한 제품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CBP는 지난해 5억 달러(한화약 7,300억 원) 규모의 관세 회피 시도를 적발했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일종의 야바위다.” 미국 주방수납장 제조업자 협회(KCMA) 관계자의 말이다. 375억 달러(한화 약 54조 6,000억 원) 규모의 미국 수납장 시장이 저가 중국산 제품에 잠식되면서 자국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다.
미국은 중국의 관세 회피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상무부는 지난 7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목제 수납장을 반덤핑 명령의 관할 범위에 포함시키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공급업체들에게 중국산 부품 사용 여부를 인증하도록 요구했다.
관세 회피의 끝없는 공방

한편, 중국의 관세 회피 전략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제3국 환적, 생산 기지 이전 등 다양한 방식은 미국의 무역 규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의 끈질긴 전략은 관세 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무역 환경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긴장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