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도시’ 부산, 첨단산업 중심으로 탈바꿈
AI·양자·바이오…미래 기술 퍼즐 본격 가동
센텀2부터 기회특구까지 체질 전환 시동

“이제는 진짜 우리 동네가 바뀌겠구나 싶어요.”
센텀2지구 인근 반여동에 20년째 거주 중인 박모 씨는 최근 잇따른 개발 소식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동안 ‘공사만 하다 끝나는 거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풍산 이전 확정과 AI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이 이어지면서 체감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박 씨는 “예전엔 주변에 기업도 없고 애매한 공터만 많았는데, 이제는 진짜 첨단산업이 들어온다니까 동네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 같다”며 “우리 아이가 자라서 일할 기회도 생기면 더할 나위 없죠”라고 말했다.
‘아파트 도시’ 탈출 선언…부산, 첨단산업 메카로 다시 태어난다

부산이 도시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해운대 센텀2지구 개발이 본격화되고, 여기에 1조 8천억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 소식까지 더해지며, 도시는 지금 거대한 체질 개선 프로젝트에 돌입한 상태다.
잇따른 뉴스 속엔 부산이 ‘아파트의 도시’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 중심 도시로 체질을 바꾸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뚜렷하게 읽힌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변화는 센텀2지구에서 시작된다.

과거 해운대 일대가 무분별한 주거지 개발로 산업기능을 잃었던 교훈을 곱씹듯, 이번에는 시작부터 산업용지 비율을 66.2%까지 확보하며 ‘첨단 산업단지’의 본령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방산업체 풍산이 2030년까지 기장군 장안으로 이전하게 되면, 191만㎡에 달하는 센텀2지구는 본격적인 기업 입주와 도시첨단산업단지로의 탈바꿈을 앞두게 된다.
이미 1단계 구간은 착공에 들어갔고, 2032년부터는 ICT, 콘텐츠, 융합소재 등 첨단기업 유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AI부터 양자컴퓨터까지…부산, 미래 산업 퍼즐 맞추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6월 체결된 AI 데이터센터 투자 협약은 기반시설 확충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9년 운영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부산이 디지털 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직접 품에 안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다.

한때 해운대가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장소였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몰려드는 디지털 신도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약 7천 명이 넘는 고용 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뿐만 아니다. 정부가 부산을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하면서 기업 투자에 대한 파격적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약속했고, 부산시는 2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며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도 함께 키우고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 일대엔 양자컴퓨팅 단지와 대형 업무시설이 들어서고, 향토기업인 대우제약도 공장 증설을 통해 힘을 보탰다.
이 일련의 흐름은 도시의 외형을 바꾸는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은 지금, 산업의 근본 구조를 새롭게 짜고 있다.

이처럼 분산되어 보이던 조각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고 있다. AI에서 바이오, 콘텐츠에서 양자기술까지, 부산은 미래 기술의 무대를 짜고 있는 중이다.
이제 중요한 건 이 대담한 설계가 제대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느냐다. 부산이 정말로 글로벌 첨단도시로 도약할지, 아니면 또다시 거품에 그칠지는 지금부터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
희망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