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사상 최초의 전수조사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다”며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한 지 일주일 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3월 중 조사에 착수해 수도권 중심의 투기 위험군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그동안 정부는 매년 전체 농지의 10% 수준만 표본 조사해왔다.
이번 전수조사로 위반 적발 사례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7,722명이 농지 처분명령을 받았는데, 이는 연평균 1,544명 규모다. 처분 대상 농지 면적만 917헥타르로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다.
이 대통령은 “헌법에 경자유전이라고 써놓고 위헌 행위를 하고 있다”며 현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은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헌법적 원칙이다. 농지법은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삼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강제 매각 사례는 전무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1년 LH 사태 이후 준비된 ‘칼’

이번 전수조사는 2021년 LH 신도시 투기 사태를 계기로 준비됐다.
당시 내부 정보로 농지를 취득한 LH 직원들이 처벌받으면서 농지 투기 문제가 불거졌지만, 전수조사는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변경해 4년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이제야 전수조사 체계가 완성됐다.
조사 대상은 농지의 소유·거래·이용·전용 등 전반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와 관외 거주자가 취득한 농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농지 소유자의 농업경영 여부를 확인해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를 적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투기 위험군을 강도 높게 조사할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개발지 중심 단속…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주변 주목”

전문가들은 수도권 개발 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권대중 한성대 석좌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주변의 전답은 투기 수요가 많지만, 산간 오지의 경북·강원 농지는 투기 수요가 적다”며 “개발 가능 지역 중심 조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수도권 농지 소유자들의 농업경영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개발 기대감으로 농지를 보유한 투기 세력을 겨냥한 것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불법 임대하거나 휴경할 경우 처분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농지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
“다주택자처럼 농지도 내놓을 것”… 가격 하락 전망

시장에서는 농지 가격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요새 다주택자에 엄포를 놓으니 집값이 떨어지는데, 농지를 전수조사한다고 하면 농지를 내놓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부동산 규제 정책의 파급효과가 농지시장에도 동일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기성 농지 보유자들의 급매물 출회와 강제 매각 농지 유입으로 시세 하락이 예상된다.
개발 기대감으로 가격이 올랐던 외곽 산지나 도로변 소형 전답 등 실수요가 없는 지역의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이 “농지가 너무 비싸 귀농도 어렵다”며 “땅값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이번 조사는 농지 시장 정상화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