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주거 독립을 한다고 나갈 때만 해도 다 큰 줄 알았죠. 그런데 요즘은 매달 이자 내느라 허덕이는 아들 녀석 생각에 밥이 안 넘어갑니다.”
“가진 걸 다 팔아도 빚을 못 갚는다니, 앞길 창창한 애가 신용불량자라도 될까 봐 가슴이 미어집니다.”
최근 수도권 외곽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이 모 씨는 30대 아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언급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의 눈물 섞인 걱정은 비단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로 떠오른 청년 부채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2030, 고위험 가구의 주축이 되다

최근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고, 자산을 전부 매각해도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운 이른바 고위험 가구가 심각한 수준으로 불어났다.
전체 고위험 가구는 45만 9000가구로 1년 전보다 약 19%나 급증했으며 이들이 짊어진 금융부채만 96조 1000억 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뼈아픈 대목은 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빚더미의 35%가량을 2030 청년층이 떠안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22% 수준이었던 청년층 고위험 가구 비중이 단기간에 폭증하면서, 과거 부채의 중심이었던 중년층의 비중을 빠르게 추월해 나가고 있다.
빚으로 쌓아 올린 홀로서기, 지역 격차로 두 번 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팽창의 이면에는 주거 독립을 열망하는 청년들의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주택 청약 요건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과거 세대보다 금융 레버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성향까지 맞물리면서, 감당하기 벅찬 빚을 내어 독립을 강행한 결과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청년 고위험 가구는 현금화하기 쉬운 금융자산보다 임차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금리 변동에 민감한 신용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외부 경제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여기에 수도권과 지방의 자산 양극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빚 갚을 능력은 더욱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최근 주택 가격이 일부 회복된 서울은 부채 상환 여력이 다소 숨통을 트였지만, 침체의 늪에 빠진 지방 부동산 시장은 청년들의 자산 가치를 갉아먹으며 채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곪아 터지기 전 선제적 방어막 시급

비록 최근의 제한적인 금리 인하 기조 등으로 인해 전체적인 채무 상환 지표가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착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 근간을 이루는 청년층의 재무 건전성이 구조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본질적인 위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 경제 전문가는 청년층의 부실이 장기화될 경우 소비 침체는 물론, 이들의 근로 의욕 상실과 결혼 및 출산 포기 등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자산 가격의 작은 흔들림에도 생존을 위협받는 청년들을 위해, 획일적인 대출 한도 규제를 넘어선 맞춤형 채무 조정 프로그램과 실질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